검찰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에 대해 항소하기로 했다. 검찰은 어제 이례적으로 공소심의위원회(공심위)를 서면이 아니라 대면회의로 열어 항소를 결정했다. 검찰은 1심에서 주요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난 사건의 경우 대부분 항소했다. 사회적 관심이 높았던 원 전 원장 사건에 대해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다면 정권의 눈치를 본다는 비난을 살 수 있다. 검찰로서는 애초 기소하지 않았으면 모르되 기소한 이상 항소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검찰은 본래 유죄를 확신하지 않으면 기소해서는 안 된다.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애초 기소 당시 검찰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다는 것은 검찰 스스로 유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소를 강행한 것은 사실상 유무죄에 대한 판단을 법원에 떠넘긴 것밖에 안 된다. 검찰은 1심 무죄 판결 이후에도 항소 여부를 즉각 밝히지 못하다 시한을 하루 남겨두고 결정했다. 이 역시 검찰 내부의 뜻이 쉽게 모아지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검찰은 결국 항소함으로써 또 한 번 법원에 판단을 떠넘기는 상황을 만든 셈이다.
그러나 1심 무죄 판결을 두고 논란도 있었다. 주로 선거 패배 세력의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공직자의 선거운동에 대한 법리가 확고하지 않은 탓도 있다.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검찰이 다시 한 번 법원의 판결을 받아보는 것은 의미가 없지 않다. 1심 무죄 판결이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면 더 큰 권위를 얻을 수 있다. 만약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어진다면 최종적으로 대법원이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 법원의 3심 제도는 판결에 대한 보다 폭넓은 사회적 합의를 얻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1심 판결은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원 전 원장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여지를 남겼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을 선거운동에 대해서만 기소했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않았다. 선거법이 예시하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원 전 원장의 혐의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혐의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남김없이 따져보는 게 좋다. 검찰이 이왕 항소하는 이상 공소장을 변경해 원 전 원장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한 것인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