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을 예고하며 칩거했던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사흘 만인 어제 “저에게 주어진 책임감만 짊어지고 가겠다”며 원내대표직에 복귀했다. ‘비대위원장직은 즉각 내려놓되 원내대표직은 세월호 특별법 해결과 관련해 마지막 수습 노력을 한 후 그 결과와 관계없이 사퇴한다’는 설문에 소속 의원 절반 이상이 동의한 데 따른 것이다.
국회 운영의 한 축인 제1야당이 원내 사령탑의 공백 위기를 넘긴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두 차례의 여야 합의안과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시도를 당에서 거부당했던 박 원내대표가 제대로 국회 정상화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박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진상조사위에 수사권 기소권을 달라는 요구는 삼권분립체계에 어긋난다”고 선을 그은 것을 비난하며 “소속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 마지막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서조차 “수사권 기소권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선 안 된다”(금태섭 전 대변인)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또한 야당이 특별법 협상을 계속하더라도 민생법안 처리에는 협조해야 한다는 게 다수 국민의 생각이라는 점을 박 원내대표는 잊지 말아야 한다.
당장 국회에는 내년 예산안은 물론이고 정부의 담뱃세 주민세 인상을 비롯한 증세 관련 법안과 경제 활성화 법안 등 심의를 필요로 하는 민생 현안이 쌓여 있다. 새정치연합은 “부자감세 철회 없는 서민증세 반대”를 내건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비판했지만 예산·법안 심의권을 스스로 팽개치고 밖에서 비판만 하는 것은 허공에 대고 주먹질하는 꼴밖에 안 된다. 더구나 세월호 특별법을 빌미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고 국가 혁신에 필요한 다른 법안들의 처리까지 막고 있는 것은 횡포나 다름없다.
새정치연합이 공당(公黨)으로서의 의무는 외면한 채 낡은 선명성 경쟁이나 일삼으며 계파적 이해관계만 추구하는 당의 체질을 혁신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박 원내대표도 복귀 기자회견에서 그동안의 좌절감을 토로하며 “이 당이 국민의 사랑을 받고 또 집권을 꿈꾼다면, 당의 현재의 모습을 스스로 돌아보고 끊임없이 바꿔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가 진정 당을 위하고 국민을 의식한다면 국회 정상화에 마지막 책무를 다함으로써 자신이 말한 ‘환골탈태’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