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81>장모한테 고자질하고는 감싸는 마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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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에 들른 새신랑이 장모한테 혼이 났다. 장모가 별의별 일을 다 알고 있었던 것. 휴일이면 종일 잠만 자는 일상으로부터 만취해 현관에서 쓰러진 일까지. 몰래 카메라로 지켜본 것처럼 그의 집안을 꿰뚫고 있었다.

누구의 소행인지는 뻔했다. 아내다. 전화로 장모와 얘기를 하다가 미주알고주알 별 뜻 없이 털어놓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딸의 얘기를 들은 장모는 생각이 다르다. 기회를 보아 사위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행동에 돌입할 가능성이 99% 이상이다. 딸에게서 확보한 대량의 데이터를 남편에게 이전한 뒤 출격을 명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장인 장모한테 혼이 나는 사위 하나가 탄생한다. 남편 욕먹게 하는 아내도 더불어 늘어난다.

그래도 이런 아내가 신혼 가정에는 덜 해롭다. 어머니나 누이한테 아내 집안의 험담을 늘어놓는 남편에 비하면 말이다.

어떤 남편은 어머니가 토닥이며 물으면 온갖 일들, 예를 들면 처가의 이해하기 어려운 습성이며 장인 장모의 남다른 성격, 그것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아내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털어놓는다.

이렇게 전해진 말이 아내에 대한 편견의 벽을 쌓는다. 벽이 높아질수록 아내는 ‘이방인’이란 이미지로 굳어진다.

어느 집단에서든 이질적인 구성원이 있을 경우, 자꾸 그 다름을 비교하고 수준을 매기거나 잘잘못을 따지는 경향이 있다. 그중에서도 한 집안 식구는 특히나 동질감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다.

그래서 시댁과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아내는 “본데없다”는 손가락질을 당하는 희생양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 건강하지 못한 집단일수록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몰아 결속을 과시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가부장 문화 속을 살아가는 여성들이 시댁을 꺼리는 것은 이처럼 혼자만 다른 처지에 빠질 것이란 불안감이 뼛속 깊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구나 신혼 기간은 양쪽 집안의 전통을 접목해 또 하나의 새로운 가족의 뿌리를 내리려는 시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어머니나 누이에게는 하지 말아야 할 게 아내 뒷담화다. 어떤 경우에도 상황을 해결하기보다는 아내를 외계인으로 만들어 더욱 꼬이게 만들기 십상이다.

그나마 아내들은 친정 엄마에게 맞서 남편의 편을 들어주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엄마는 왜 이 사람만 미워하고 그래.” 물론 발단이 자신의 입이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은 채다.

잘못한 남편도 밉지만 그런 남편이 자기 엄마한테 ‘나쁜 놈’ 취급을 당하는 것은 더욱 싫어서다.

반대로, 어머니 앞에서 아내 역성을 드는 남편은 최악 그 이상이다. 특히 아내에겐 ‘지능형 안티’로 찍힌다.

한상복 작가
#장모#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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