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금학회 주최로 어제 국회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 정책토론회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소속 노조원 수백 명이 구호를 외치며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취소됐다. 당초 새누리당은 입법공청회를 계획했으나 공무원 노조의 반발을 의식해 정책토론회로 진행했는데 그마저 무산됐다. 법을 지켜야 할 공무원 신분인 노조원들이 토론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정책을 논할 기회 자체를 없애버린 것은 그냥 넘길 사안이 아니다.
민감한 정책을 다루는 토론회나 공청회는 거의 매번 이익단체들의 싸움터로 변한다. 언제까지 이런 후진적인 일을 반복할 것인가. 정부와 의견이 다르면 반대토론에 참여하면 된다. 그렇지 않고 단상을 점거하거나 회의를 방해해 판을 엎어버리는 행위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실력행사로 저지해도 정부가 아무런 조치 없이 넘어가니 이런 일이 반복된다. 주최 측은 행사를 주도적으로 방해한 사람들을 고발해야 할 것이다.
전공노는 토론회를 무산시킨 뒤 기자회견을 통해 “민간금융자본의 휘하에 있는 연금학회를 앞세워 전현직 및 미래의 공무원에게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내용”이라고 개혁안을 비판했다. 그러나 공무원들만을 위해 언제까지 국민이 부담을 짊어질 수는 없다. 한국납세자연맹 분석에 따르면 퇴직 공무원이 받는 평균 5억3000만 원의 연금 가운데 본인이 낸 보험료가 1억4000만 원이고, 나머지 3억9000만 원은 국민이 세금을 내서 보태주는 돈이다.
공무원연금은 2001년 이미 기금이 바닥나서 올해만도 2조5000억 원을 세금으로 메워주고 있다. 2020년에는 6조2000여억 원으로 늘어난다. 빚을 내서 갚아야 하는 적자성 국가채무가 내년 사상 처음으로 300조 원을 넘어서고, 2018년에는 400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가 빚더미에 올라앉을 판이다.
새누리당의 의뢰로 연금학회가 마련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골자는 2026년까지 공무원의 연금 부담액을 단계적으로 43% 올리고, 수령액은 34% 줄여 지금보다 ‘더 내고 덜 받는’ 것이다. 연금학회는 이 방안대로 실행된다면 재정부담이 크게 줄어들어 2025년까지는 해마다 40% 이상을 아낄 수 있다고 추산했다.
김영삼 정부 이후 역대 정권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시도했으나 총선·대선과 100만 공무원 표를 의식해 시늉에 그쳤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최근 “공무원과 등지는 한이 있더라도 공무원연금 개혁을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2016년 4월까지 전국단위 선거가 없는 지금이 공무원연금 개혁의 최적기다. 나라 곳간을 거덜 내지 않으려면 공무원연금 개혁이 전공노에 휘둘려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