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발트 해 연안에 있는 에스토니아는 남한의 절반도 안 되는 면적에 인구가 130만 명뿐인 ‘도시국가’ 규모이지만 정보기술(IT) 분야의 선진국이다. 에스토니아 유권자 일부는 2007년 총선 당시 세계 최초로 집에서 투표를 했다(영국은 2002년 지방선거에 인터넷 투표를 도입했다). 에스토니아는 2011년 총선에선 세계 최초로 모바일 투표를 전면 도입했다.
▷국내에선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이 대선후보 경선에서 모바일 투표를 제한적으로 도입했다. 2012년 민주통합당 6·9 전당대회에서는 김한길 의원이 대의원 투표에서 1위를 하고도 모바일 투표에서 친노(친노무현)계 이해찬 의원에게 패해 대표직을 놓쳤다. 당심(黨心)이 모발심(모바일+心)에 졌다는 탄식도 나왔다. 모바일 투표는 정치적 결정에 직접 참여하려는 시민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장점이 있지만 투표자의 거주지 확인이 어려워 대리투표 공개투표 매표행위가 횡행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2년 민주통합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문재인 후보가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를 누른 데는 모바일 투표가 큰 힘이 됐다.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문희상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원투표에서 모바일 투표를 폐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이 트위터에 “문희상 비대위원장에게 공사석에서 발언을 조심하라 말씀드렸다. 전당대회에서 모바일 투표는 문제가 크고 비대위에서 논의도 안 된 사안”이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문 위원장이 21일자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개표 확인 작업이 까다로운 점을 보완한다면 그처럼 간단명료한 게 어디 있나”라며 모바일 투표 재도입을 시사한 데 발끈한 것.
▷계파 타파를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문 위원장이 모바일 투표 재도입을 시사한 것을 두고 ‘친노 본색’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초 전당대회와 2017년 대선으로 가는 권력투쟁의 전조라는 시각도 있다. 모바일 투표건, 오프라인 투표건 새정치연합이 결정할 문제지만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이 이뤄져야 하고 대리투표를 차단할 수 있는 공정성이 생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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