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이학모]세월호 유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4일 03시 00분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임원 등 몇 명의 일부 유가족이 여의도 식당 앞 대로에서 가족의 생계를 위하여 밤일도 마다하지 않는 대리기사에게 주먹을 휘둘렀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못 쓰는 글이나마 꼭 한번 여러분께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물론 울분의 여파도 있으시겠지만, 슬픔을 함께한 많은 사람도 눈살을 찡그리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대리기사에게도 얼마간의 잘못은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마음은 허전하고 안타까워 한숨만 나오는군요. 그 자리에는 현역 국회의원도 있었다 하니 기가 차서 말이 잘 나오지 않을 정도입니다. 민생은 뒤로 미루고 못 본 체하면서, 분명 죄를 저질러 수사를 받아 마땅한 자를 같은 국회의원이라고 감싸고도는 저들에게 무엇을 더 기대하십니까? 그들이 양심이 있다면 국민을 대리하는 의원이라고 감히 나설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의 일원이 관련된 그 폭행사건의 원인도 궁극적으로는 정치인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먼저 간 아이들의 한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기 위해서는, 진정한 아픔을 겪은 유족들만이 나서야 응원자도 더 많이 생길 것입니다. 사건의 원인을 파헤치고 관련자를 문책하며 안전대책을 세우게 하는 등의 조치로 향후 또 다른 사고를 미연에 방지토록 하여 유사한 사고로 슬픔을 겪는 또 다른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데 그 뜻이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보다 객관적이고 타당한 요구를 합리적인 방법으로 정정당당히 요청하신다면, 대다수 국민도 열렬히 박수를 보내며 성원하리라 확신합니다. 이렇게 하는데도 그 요청을 거부하는 당과 정부가 있다면 이들은 마땅히 국민의 냉혹한 심판을 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솔직히 세월호 사건 이후 많은 국민에게는 경제적 어려움이 더해졌다고 합니다. 요즈음 장사하시는 일반 서민이나 나라 살림하는 정부에서나 경기 하락으로 맘고생이 많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루 벌어 먹고사는 일반 서민의 생계마저도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국가 경제발전은 뒤로 처지게 되고 이 여파로 국민의 몫인 복지 혜택이나 청소년들의 취업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 것이 뻔합니다.

이것은 분명 유족 여러분의 뜻이 아니라는 것을 저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가족 여러분께서도 세월호 참사에 슬픔을 같이한 많은 국민에게 한 번쯤 눈길을 제발 돌려주십시오. 세월호 성금도 내고 분향소에도 다녀왔으며 울기도 한 사람이 어찌 그 대리기사뿐이겠습니까? 일반인에게 맞은 것보다 더 가슴이 아프다고 한 그 대리기사의 말이 너무나 찡하게 느껴집니다. 이제 문제의 해결이 더이상 미뤄지면 모두가 어렵게 됩니다.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팔 걷어붙이고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여당이 더 많은 양보를 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유족 여러분께서도 설령 조금 미흡하거나 만족스럽지 않고 가슴이 조금 답답하시더라도 대한민국 국민과 이 나라를 위해 이제 한 번쯤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고 모두 다 미소 지을 수 있는 원만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시어 타협하시는 자비를 베푸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제발 이렇게 두 손 모아 빌겠습니다. 그럼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이학모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강선로
#세월호 참사#유가족#대리기사#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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