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아동학대 사망사건으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올해 초 제정됐고 29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2000년에도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계기가 되어 아동복지법이 개정됐고 이를 기반으로 아동학대에 대응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시작됐다.
14년이 지난 지금, 아동학대 특례법의 등장은 아동학대를 범죄로 인식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신고 조사와 판정에 있어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아동학대 특례법이 시행되려면 아동보호전문기관 증설과 상담원 확충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비가 전무하다. 아동학대 특례법이 실효성 없는 법으로 전락할까 심히 우려된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14년 1∼8월 아동학대 의심사례 신고 접수는 전년도 7514건에서 1만240건으로 36% 증가했다. 급증한 신고로 인해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은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많은 상담원이 이를 견디지 못해 현장을 떠났다. 아동학대 특례법이 시행되면 아동학대 신고 의무가 강화되고 경찰과의 공조가 본격화되면서 아동학대 신고 접수 및 조사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현재의 부족한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상담원만으로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아동학대 사건을 절대 감당할 수 없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수는 244개인 반면 전국에 설치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51개에 불과하다. 아동인구 10만 명당 1개소가 설치되어 있는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아동인구 20만 명당 1개소 수준이다. 1개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평균 5개 지방자치단체를 담당하고 있고, 지역 간 거리가 멀다 보니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출동하는 데만 3, 4시간이 소요된다.
2013년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를 살펴보면 작년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수는 375명으로 상담원 1인당 2만4885명의 아동을 담당하고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상담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함을 보여준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굿네이버스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운영되기 이전인 1996년부터 아동학대상담센터를 운영하며 다른 민간단체들과 함께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힘에 부치게 일할 수밖에 없는 상담원들을 볼 때마다 답답하고 미안할 따름이다.
우리 단체를 비롯해서 민간단체들은 위탁 철회까지 고민하고 있다. 아동학대는 민간단체의 노력만이 아닌 정부가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다. 정부는 아동학대 특례법 시행에 대비한 예산부터 신속히 확보해야 할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