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용역업체에 원전 전산망 넘긴 한수원 제정신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6일 03시 00분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옛 영광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이 방사성폐기물 관리 용역업체 직원에게 원전 내부 전산망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ID)와 패스워드를 알려주고 무단 접근을 허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한수원 직원 명의로 전산망에 접속하면 국가 핵심 보안시설인 원전의 설계도면까지 조회할 수 있다. 원전 관리에 또 심각한 구멍이 드러났다.

용역업체 직원은 원전 전산망에 접속해 한수원 직원이 해야 할 결재를 대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의 한수원 직원은 일찍 퇴근하기 위해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니 더 납득하기 어렵다. 한수원의 ‘보안 불감증’과 직무 태만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어제 한수원에 긴급 조사를 지시한 데 이어 정부 차원의 조사단을 영광에 보내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현재까지는 전산망 접속과 결재 이외에 방사성폐기물의 무단 배출 등의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한빛원전 말고도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등 다른 원전에서는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조사해야 한다.

한수원이 비리와 사고로 얼룩진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2007년 4월부터 2012년 5월까지 한수원 사장을 지낸 김종신 씨는 원전 관련 납품업체 대표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됐다. 전직 부사장과 부장 등 상당수 간부도 비슷한 수뢰 혐의로 사법처리됐다. 작년에는 신고리 원전과 신월성 원전 등 6곳의 원자로에 시험 성적을 조작한 불량 부품이 사용된 사실도 적발됐다.

전임 사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지난해 9월 취임한 조석 한수원 사장은 “한수원 개혁을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며 인사 조직 문화의 3대 경영 혁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보면 조 사장의 조치는 현장과 동떨어진 ‘말뿐인 개혁’에 그쳤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도 일부 언론에서 보도할 때까지 한수원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정부는 전반적인 현장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직간접적 책임이 있는 한수원 임직원들을 강도 높게 문책해야 한다.
#한빛원전#한국수력원자력#방사성폐기물#내부 전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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