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미의 한국 블로그]한국 물가, 비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외국인들에게 체감물가가 높은 품목 중 하나가 바로 채소다. 동아일보DB
외국인들에게 체감물가가 높은 품목 중 하나가 바로 채소다. 동아일보DB

가와니시 히로미
가와니시 히로미
한국에서 살기 시작해 처음에 놀란 것 중 하나는 생각보다 물가가 높다는 점이다. 근처 슈퍼에 가서 보면 진열 상품의 종류는 달라도 가격이 전반적으로 비싸다. 몇 년 전 한국을 방문했던 기억이 있어서 물가 상승 폭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데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물가가 좀 싸지 않을까 믿었던 기대가 있어서인지 계산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우선 채소 값이 일본보다 20%가량 비싸다. 비닐봉지 안에 든 양도 많다. 무와 배추 등은 포장 안 크기가 일본에 비해 1.5배 정도 크다. 이런 사정을 생각하면 양 대비 가격이 일본과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필요 이상으로 많은 양을 사야 해서 먹지 못하고 버릴 때도 많아, 결과적으로 비싸다고 느끼게 된다.

일본에는 독신자 가구가 많아 감자와 당근, 양파를 1개씩 묶어 한 세트로 판다. 무 1개도 여러 크기로 잘라 판다. ‘한국에서도 양을 작게 나누거나 잘라 판다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한국도 핵가족, 1인이나 2인 소가구가 늘었지만, 아직 이런 판매 방식이 많지 않다는 점이 의아하다. 고기나 생선 가격도 비싼 편이다. 특히 비싼 건 휴지와 세제다.

외식비도 높다. 어학당에 다닐 때 어학당 내 식당에서는 한 끼 4000원이면 충분히 먹었는데 캠퍼스 내 다른 학생식당에 가면 6000원이 평균이었다. 맛과 양에 차이가 있겠지만 학생에게는 조금 비싼 수준 아닐까. 3년 전과 비교해 보면 물가는 조금씩 계속 오르고 있다.

예를 들어 5000원이면 먹던 김치찌개가 어느새 6000원이 되어 나의 생활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여러 명이 식당에 갈 때, 더치페이가 아니라 연장자나 초청자가 전부 내는 문화가 있는데 식사 비용이 1인당 1000원씩만 올라도 큰 부담이 되지 않을까. 점심 후에는 습관적으로 커피(커피도 비싸다!)를 한 손에 들고 가는 회사원이 많던데,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그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혼자 점심 식사하는 직장인이 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생활습관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해 가는지도 모른다.

한국에 사는 일본인들은 엔화 약세 때문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100엔이 1400원이었다가 최근 1000원에서 더 떨어질 기미도 보인다. 엔고일 때는 물가가 조금 높다고 느꼈는데 최근에는 쇼핑하러 나가기가 꺼려진다. 일본 안에서는 아베노믹스로 조금은 경기가 좋아졌다는데, 외국에 사는 일본인은 반대로 생활이 어려워진 사람이 많다.

한국에서 싸다고 느끼는 것은 교통비다. 일본과 비교하면 버스와 지하철 요금은 2분의 1이고, 특히 택시는 기사님에게 죄송할 정도로 싸다. 도쿄에서는 높은 가격 때문에 택시를 거의 타지 않았지만 한국에 와서는 무거운 짐이 있을 때나 늦은 밤에는 망설임 없이 택시를 탄다. 도쿄에서는 기본요금이 730엔(약 7300원)인데, 서울의 약 2.5배다. ‘그래서 (기사님들의) 서비스가 나쁜 것 아니겠냐’는 사람도 있다. 그것도 일리가 있을지 모른다.

실제로 주말 밤에는 택시 잡기가 참으로 어렵다. 방향과 장소에 따라 기사님들이 선호하는 승객이 있어서 승차 거부를 당한 적도 많다. 모르는 사람과 같이 탄 적도 있다.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1시간째 서서 잡히지 않았을 때는 포기하고 탈 수밖에 없었다.

주거비의 경우 지역에 따른 격차가 있어서 비교하기가 어렵긴 하다. 일본에는 없는 전세 시스템이 있어서 더욱 그렇다. 서울 광화문 지역 월세로 말할 것 같으면, 도쿄 23구(區)의 평균 집세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우리가 집을 빌렸을 때 외국인이어서 그런지 1년 치를 한꺼번에 달라고 했는데 금액이 큰 부담이었다. 일본은 매달 낸다. 전세는 한 번에 큰 금액을 내야 하는 데다, 위험 부담도 있어 외국인으로서는 선택하기 쉽지 않다.

수입식품 가격이 비싼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해외에서 살고 있으면 가끔 괜히 자국의 음식이 먹고 싶어진다. 다행히도 한국에서는 일본 상품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고마울 따름이나, 가격은 거의 1.5∼2배에 달한다. 일본에서 250엔(약 2500원)에 구할 수 있는 카레 가루도 6000원이다. 아, 가격표를 보고 한숨을 내쉬는 주부의 심정이여.

: : i : :

가와니시 히로미 씨는 한국에서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일본 주부다. 한국에서 산 지도 3년째에 접어든다.

가와니시 히로미
#물가#양#엔화#택시#전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