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민생 현안을 앞두고 여야가 기 싸움할 때가 아니다”라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의 회동을 제의했다. 문 위원장은 “이제 정략적 정치를 그만두고 통 큰 정치에 (여야가) 함께 나서야 할 때”라는 말도 했다. 세월호 특별법을 이유로 모든 법안 처리를 막아놓고 국회의장이 소집한 본회의까지 출석을 거부한 새정치연합이 ‘통 큰 정치’를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법안과 예산안 심의는 헌법상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권한이자 의무다. 세월호법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법이 있다 해도 이 같은 의무를 팽개칠 특권은 어느 당, 어느 의원에게도 없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법과 관련해 사실상 재재(再再)협상을 요구하면서도 스스로 당론조차 명확히 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가 요구했다는 진상조사위의 수사권 기소권을 포기한다는 건지, 특검 추천위 구성 권한을 유족과 야당에 넘겨 달라는 것인지도 분명치 않다.
이런 상태로 여야 대표가 만난들 뭐가 달라질 수 있겠는가. 콩가루 같은 당내 상황이 정리되지 않는 한, 여야가 어떤 합의를 이뤄도 또 뒤집어지는 일이 반복될 뿐이다. 양당 대표가 일주일 전에 “법안 협상은 원내대표 선에서 이뤄져야 할 사안”이라고 동의하고서도 문 위원장이 또 대표 회동을 제의한 건 ‘국회 파업’의 책임을 여당에 떠넘기려는 꼼수로 보인다. 문 위원장은 “30일 본회의에 무조건 전원 참석해 밀린 숙제를 하겠다. 새누리당도 세월호법 타결에 성의 있게 응해 달라”고 요청했어야 했다. 이런 것이 문 위원장이 말한 ‘통 큰 정치’의 시작이다.
새정치연합이 세월호법 당론을 정리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면 정의화 국회의장은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91개 법안부터 처리해야 한다. 문 위원장은 26일 본회의를 진행하려는 정 의장에게 “28일 의원 총회를 열어 본회의 참여 날짜를 확정 지을 테니 본회의를 미뤄 달라”고 했다. 어제 의원 총회조차 열지 않은 것은 문 위원장의 리더십 부재 탓이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수사권 기소권의 사실상 포기’ 보도에 대해 “입장이 변한 게 없다”고 못박고 나섰다. 새정치연합은 더이상 유족들에게 얽매이지 말고 오늘 의총을 열어 언제까지 국정의 발목을 잡을 건지 밝혀야 한다. 등교도 않은 채 영어 수업이 어떻고 수학 진도가 어떻고 따지는 학생을 위해 학사 일정을 올 스톱시키는 학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