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신연수]정몽구와 서경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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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제치고 우리나라 주식 부자 2위에 올랐다. 지난해 말 100만 원이던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최근 250만 원대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서 회장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지난달 말 기준 6조7000여억 원, 정 회장은 6조5000여억 원이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10조4800여억 원으로 부동의 1위를 지켰다.

▷중국 여성들이 가장 받고 싶어 하는 선물 1위는 설화수 라네즈 같은 아모레 화장품이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매 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 중이다. 중국 특수 때문만은 아니다. 서 회장은 2세 경영자지만 뛰어난 경영 능력을 보여왔다. 1990년대 경영난을 겪으면서 증권 전자 건설 같은 비주력 품목을 팔고 화장품에 집중했다. 그는 늘 “명품이 없는 한국에 명품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20년 만에 ‘대박’이 터졌다.

▷정 회장이 서 회장에게 밀린 것은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500억 원에 매입한 탓이 크다. 한국 2위 그룹이지만 많은 임직원들이 근무할 변변한 본사 건물이 없었던 현대차는 오래전부터 이 부지에 공을 들였다. 한전의 입찰 결과가 발표된 날 사람들은 감정가의 3배가 넘는 가격에 경악했다. 정 회장은 “그룹의 100년 대계를 내다본 투자”라고 했고, 회사 측은 사무실 임대료와 미래가치를 생각하면 비싼 가격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냉랭했다. 입찰 결과 발표 후 10일간 현대차 시가총액은 99조 원에서 87조 원으로 12조 원이나 빠졌다. “이사회가 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단적인 사례다”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세계 경영학계에서 한국 재벌에 대한 평가는 양면적이다. 한쪽 시각은 대주주의 전횡과 독단으로 인한 폐해가 크다는 것이다. 다른 시각은 과단성 있는 장기 투자로 미국식 주주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칭찬이다. 정 회장의 ‘통 큰 결정’이 어느 쪽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
#아모레퍼시픽#주식 부자#주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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