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득 불평등을 말할 때 흔히 1:99를 말한다. 그런데 요즘엔 1% 안에도 엄청난 빈부격차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칼럼니스트 존스턴 같은 이는 “상위 1% 내 양극화”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미국 사회에서는 이제는 1:99가 아닌 0.1:99.9, 심지어 0.01:99.99 간의 불평등을 논해야 진정한 불평등을 말하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어떤 이들은 부자 하면 근로소득 없이 순전히 부(富)에서 소득을 창출한다고 믿는다. 또 다른 이들은 부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기부금과 세금을 많이 내는 것뿐이고 부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며 부의 불평등보다는 근로소득의 불평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 부자 상위 1% 내 구성비를 파고들다 보면 근로소득만 있는, 즉 일을 하지 않으면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이들도 있고, 근로소득이 주 소득원이긴 하지만 연봉 액수가 거의 천문학적인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나 고위 임원도 있다.
또 전혀 근로소득 없이, 가지고 있는 부에서 나오는 자본 소득만으로 고소득을 얻는 정말 부자 중의 부자들이 상존한다. 미국 내 상위 1%만 놓고 보면 이 1%의 맨 위 10%를 뺀 나머지 사람들은 한 세대 전에 그들의 부모가 만들었던 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 뿐 자기 세대에서는 전혀 불린 것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다시 말해 경제 성장에 따른 성장의 몫은 상위 1% 안에서도 맨 위 10%가 가져갔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지의 코이 같은 이는 “미국 부의 거의 대부분을 상위 0.1%가 독식했던 ‘광란의 1920년대(Roaring Twenties)’로 회귀한 듯 현재 그들은 마치 아귀처럼 미국 전체의 부를 취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말한다. 그는 미국 불평등의 주범은 0.1%도 아닌 이 0.01%의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가진 부는 다른 사람들이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고발한다.
특히 레이건 대통령의 재임 이후 극소수 부자들의 부의 점유율은 그 이전보다 4배 이상 껑충 뛰었다는 것이다.
2014년 4월 학술논문보다 언론에 먼저 밝힌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사에즈와 런던경제대 주크만의 최근 조사 결과도 충격적이다.
이들은 2012년 현재 미국 전체 납세자 중 상위 0.1%에 해당하는 이들이 2000만 달러(약 200억 원) 이상의 부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 상위 0.01%는 적어도 1억 달러(약 1000억 원) 이상의 부를 가져야 이 그룹에 명함을 내밀 수 있는데, 만일 어떤 이가 간신히 이 집단에 턱걸이를 해서 들어왔다면 이것도 엄청난 부를 가진 것이지만 빌 게이츠에 비하면 ‘새 발의 피(pittance)’ 수준이다. 왜냐하면 게이츠는 거기에 800배를 더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에즈와 주크만은 “미국 부의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과 함께 급상승하고 있으며, 극소수 상위의 부가 급증했다”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상위 0.01% 사람들이 미국 전체 부 중 무려 11.1%를 차지하고 있고, 0.1%의 사람들이 21.5%(해외의 조세천국에 숨겨놓은 것까지 추정하면 23.5%에 이른다)를 차지한다. 상위 0.01%의 극소수 부자(the ultra-rich) 중 1만6000가구는 6조 달러 상당의 부(재산)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미국 전체 가구 중 하위 67%가 소유한 부와 맞먹는다.
상위 1% 안에 가까스로 들어온 이들과 이 중에서도 상위 10%, 즉 0.1% 안에 속한 사람들이 서로 마주칠 일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상위 1%에 간신히 들어온 이들이 1000만 달러의 부를 모으는 데는 이론상 29년 걸리고 10억 달러로 굴리는 데에는 무려 2900년 이상이 걸린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0.01:99.99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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