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정연의 자해적 권력투쟁, 박영선까지 몰아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일 03시 00분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어제 사퇴하면서 소속 의원들에게 “흔들리는 배 위에서 활을 들고 협상이라는 씨름을 벌인 시간이었다” “직업적 당 대표를 위해서라면 그 배의 평형수라도 빼버릴 것 같은 움직임과 일부 극단적 주장이 요동쳤다”라고 e메일을 보냈다. 차기 당권에 혈안이 돼 자신을 집요하게 흔든 방해세력이 있었다는 작심 발언이다.

세월호는 돈 욕심에 화물을 더 싣겠다고 평형수를 빼버린 것이 침몰의 큰 원인이 됐다. 새정연에서 평형수를 뺀다는 것도 당이 침몰하든 말든 제 욕심만 챙기는 세력이 있다는 뜻이다. ‘직업적 당 대표’라고 한 것을 보면 당 대표를 3번 하고도 차기 당 대표를 노리는 범친노(친노무현)계 정세균 의원일 수도 있고, 최대 계파인 친노 세력 좌장 격인 문재인 의원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문 의원은 어제도 박 전 원내대표가 타결한 세월호 특별법 3차 합의안에 대해 “협상에 졌다”며 “유족과 끝까지 가겠다”고 합의안을 뒤집는 듯한 발언을 했다.

세월호 정국에서 “국민 여론이라고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라며 극단적 투쟁을 주장했던 사람들은 박 전 원내대표만 몰아낸 것이 아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노무현 정신’에서 벗어나 새정연을 중도 온건 노선으로 옮겨가려 했던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 역시 친노 486의 패권적 체질에 밀려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안 두 전 공동대표가 7·30 재·보선 패배로 사퇴한 뒤 박 전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 추대 일성으로 “낡은 과거와 결별하겠다” “당의 재건과 완전한 통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별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비대위원장직 한 달, 원내대표직마저 다섯 달 만에 내놓게 된 것도 자해(自害)하듯 계파정치에만 골몰한 고질적 당내 권력 투쟁 탓이 크다.

새정연 사람들은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한 지금 우리 당이 겪고 있는 고통은 치유되기 힘들다는 것”이라는 박 전 원내대표의 경고를 되씹어봐야 할 것이다. 9일 후임 원내대표를 선출한다고는 하나 사령관이 화살을 쏘지도 못할 만큼 흔들어대는 당에서 누가 된들 뭐가 달라질 수 있을지 답답하다.

헌정 사상 주요 정당 첫 여성 원내대표 기록을 세운 박 전 원내대표가 자리에 걸맞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중도 사퇴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 자신도 당권을 염두에 둔 자기 정치 욕심을 냈으니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도 불행이겠지만 침몰하는 야당을 둔 것은 나라의 불행이기도 하다.
#새정치민주연합#박영선#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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