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벌어지는 개헌 논의 움직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국회가 막 정상화되어 민생 법안에 주력해야 하는데 개헌 논의로 국가 역량을 분산시킬 경우 또 다른 경제의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이에 대해 개헌을 주장해온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개헌은 국정 수행의 블랙홀이 아니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대통령의 국회 간섭”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직선 단임제를 골자로 하고 있지만 이제는 분권과 협치(協治) 등 새로운 가치를 담은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리는 현행 대통령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9년 국회의장 직속 헌법연구자문위는 이원정부제와 4년 중임 정·부통령제 복수안을 담은 연구보고서를 채택했고, 이번 국회에서도 의원 150여 명이 개헌추진 모임을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 사이에선 경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개헌 논의가 전면화될 경우 국정이 마비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다섯 달 이상 국회를 공전시켰던 여야가 이제 와서 개헌을 논의한다는 것도 납득되지 않는다. “제왕적 대통령보다 제왕적 국회 권력이 더 심하다”는 여론이 최근에 높아졌다. 국가지도자를 내 손으로 뽑는 직선제에 대한 애착도 여전하다. 더구나 개헌은 대통령의 발의-국회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국민투표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개헌에 대한 국민의 집약된 공감대가 없는 상황에서 전면적 개헌 논의를 시작했다가는 나라가 극심한 갈등과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국회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탓하기 이전에, 온갖 특권을 누리며 입법기관으로서의 직분 수행에는 무능하고 무책임했던 스스로부터 바꿔 나가야 한다. 국회의원의 특권 포기, 공천 개혁부터 당장 실천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쌓는다면, 개헌이 정치인들만을 위한 권력놀음이 아니라 국리민복을 위한 대개혁임을 국민에게 설득할 수 있다. 그런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개헌을 공약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 합리적인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