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어제 한국전력 등 20개 공기업과 기업은행 등 13개 금융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관리 및 감독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아직도 ‘신(神)의 직장’이고 ‘방만 경영’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재무건전성 악화에도 1인당 평균 인건비가 공기업은 7425만 원, 금융 공공기관은 8954만 원이나 됐다. 한국거래소는 1억1298만 원으로 민간증권회사(6770만 원)보다 배 가까이 많았다. 부당 지급한 인건비와 복리후생비, 과도한 성과급 등 방만 경영으로 낭비한 혈세가 무려 12조2000억여 원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국정감사 때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지적이 이어지자 “다시는 똑같은 지적이 반복되지 않도록 획기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 보고해 달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이번 감사에선 노조와의 이면 합의 등으로 임금을 과다 인상하거나, 사업비 등을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인건비로 임의 집행한 뒤 은폐한 경우가 320건, 금액으로 1조2000억 원이나 적발됐다. 대통령이 공공개혁을 강조했더니 겉으로만 따르는 척하고 뒤로 실속을 챙기는 ‘사기’를 친 셈이다.
이번 감사를 보면 도대체 정부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 전문성 없는 정권 주변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고, 경영 평가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받은 기관들을 솜방망이 처벌하는 것을 보면 말로만 개혁을 외쳤을 뿐 실제 개혁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작년 말 기준 공공기관 부채는 523조 원으로 국가채무(482조 원)를 능가한다. 이는 국가재정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방치한다면 나라까지 거덜 날 수 있다. 감사원은 공공기관의 고질적 방만 경영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책임의식 결여, 규정과 절차의 무시나 경시, 무리한 외형 확대 집착, 주무 부처의 소극적인 감독과 허술한 제도를 꼽았다. 이유를 알면서도 바로잡지 않는 것은 감사원과 정부의 직무유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