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값 등록금에 ‘낙하산 교수’까지, 시립대가 서울시장 것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9일 03시 00분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으로 서울시립대 초빙교수에 임용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권오중 전 서울시 정무수석비서관이 서울시립대에 사표를 냈다. 기 씨와 박 씨는 박 시장과 2년 7개월 함께 일했으며 각각 올해 7월과 9월에 이 대학 초빙교수가 됐다. 박 시장의 이 인사는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사표 제출 시기가 14일 열리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를 앞둔 때여서 여권의 화살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이들을 포함해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15명 가운데 8명이 서울시 정무·고위직 출신이다. 박 시장은 행정부시장과 핵심 정무라인 등 측근 인사들을 서울시립대에 내려보내 교수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월 500만 원가량의 초빙교수 급여는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나간다. 서울시장이 측근에게 선심 쓰는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이 선거 때 공을 세운 측근을 서울대 초빙교수로 보내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학문의 전당인 상아탑까지 낙하산 인사로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

이들이 교수로서의 경륜과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서울시 출신 초빙교수 중에는 연구 과제조차 선정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니 교수와 학생을 무시하는 행태다. 김형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지난달 서울메트로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년과 벌금 3000만 원, 추징금 1500여만 원을 선고받고서도 버젓이 초빙교수 직을 갖고 있다.

박 시장은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됐다. ‘반값 등록금’ 재원이 박 시장의 주머니에서 나오지도 않았는데 그가 큰 선심을 쓴 것처럼 각인돼 있다. 이후 서울시립대는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박 시장이 시립대를 더 좋은 대학으로 육성하기는커녕 ‘낙하산 교수’까지 내려보내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박 시장은 시립대 외에 서울시 18개 투자 및 출연기관 가운데 8곳의 대표 자리에 ‘낙하산’을 내려보냈다는 논란을 빚고 있다. 시설공단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서울신용보증재단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서울시복지재단 세종문화회관 등의 대표 자리에 박 시장 선거 캠프나 자문단에서 일하며 당선을 도운 사람들이 앉아 있다. 시민운동가 출신인 그가 낙하산 인사 등 관료 사회의 폐해를 비판하는 데 앞장섰던 사람이기에 시민들의 실망이 더욱 크다.
#서울시립대#박원순#초빙교수#낙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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