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혁신센터를 이렇게 급조해서 제대로 될까.” “미래창조과학부도 너무하지, 대통령이 1월에 지시했는데 여태 뭐했대.” “예산배정 다 끝난 1월에 말하니 미래부도 어쩔 수 없지. 그러니 대기업들 팔을 비튼 거지.” “미래부 공무원이 이해가 돼. 다음 정권에서는 미래부가 없어질 텐데 일할 맛이 나겠어.” “다음 정권에선 혁신센터도 없어질 텐데 뭐.”
▷최근 어느 모임에서 벌어진 난상토론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모처럼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낸 정책이다. 17개 대기업이 전국의 지역을 하나씩 맡아서 그 지역 벤처기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상업화하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일을 도와주자는 구상이다. 삼성은 대구, 현대자동차는 광주, SK는 대전과 짝을 맺었다. 지난달 대구에서 열린 첫 번째 센터 출범식에는 박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참여해 화려한 출발을 알렸다.
▷경제인들에 따르면 이 센터는 발표가 나오기 며칠 전에 급조됐다. 대기업 대부분이 발표 직전에 “이런 걸 하니 어느 지역을 맡으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대기업 관계자들을 모아 회의 한 번 하고 발표했다. 갑자기 특정 지역의 미래를 도맡게 된 대기업들은 열심히 아이디어를 짜내는 중이다. 그렇다고 졸속 정책이라 비난만 할 생각은 없다.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하면 몇 군데 성공할지 모른다. 하지만 근혜노믹스의 한 주축인 창조경제의 민낯을 본 것 같아 씁쓸하다.
▷정부가 그제 5조 원 규모의 추가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한 이후 경기가 살아나는 듯하다 다시 뒷걸음치고 있기 때문이다. 기진맥진한 경제를 일단 띄운 후 구조개혁 같은 장기 과제를 풀겠다는 것이 정부 의도다. 그러나 3.7% 성장률에서 경기부양책을 동원하는 게 맞는 처방이냐는 비판도 나온다.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단기적 경기를 띄우는 데 열중하기보다 잠재성장률 자체를 높이려는 노력이 더 절실하다는 것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 같은 기초체력 높이기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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