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당시 일본 민주당의 ‘실세’였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이 국회의원 143명을 포함해 600여 명의 대규모 인원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다. 자민당 정권 시절부터 이어온 중일 의원 교류 사업인 ‘장성(長城) 계획’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오자와 간사장이 대외적으로 영향력을 과시하고 나서 민주당 소속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의 입지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잇따랐다. 한국도 일본처럼 중국 방문을 정치적 모멘텀으로 활용하는 정치인들이 많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중국 공산당 초청으로 한중 정당정책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3일부터 4일간 중국을 방문한다. 김 대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을 추진 중이고,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다. 방문단은 국회의원 11명을 포함해 12명으로 구성됐다. 차기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될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과 대표적 비박(비박근혜) 중진인 이재오 의원 등이 방문단에 포함됐다.
▷그의 이번 중국 방문을 놓고 차기 대권 행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동행 취재단만 해도 34개 언론사에 42명에 이른다. 2011년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였던 박근혜 당시 국회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유럽을 방문했을 때 동행했던 언론사가 23개사였다. 14일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이탈리아로 출국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수행 취재단 언론사가 35개인 것에 필적한다. 중국 측은 한국의 ‘미래 권력’을 염두에 두고 시 주석 면담을 비롯해 예우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는 안보 경제 등 외교적 협력이 아주 중요하다. 중량감 있는 여당 대표가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의미가 작지 않지만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기간에 소속 의원들을 대거 대동하고 외유에 나선 모양새가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일정을 조정하거나 동반 국회의원 수를 최소화해 국정감사를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국익을 챙기는 여당 대표의 면모를 보여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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