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반고 신입생 60%로 늘린다는 서울대 총장의 발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3일 03시 00분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고2 학생이 입학하는 2016년부터 특목고 자율고 영재학교 등 비(非)일반고 입학비율을 40∼45%로 대폭 줄이겠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대 신입생 중 비일반고 출신이 50.3%인데 이를 40%까지 낮추면 300명을 일반고에서 더 뽑겠다는 의미다. 또 현재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 제외돼 있는 음대, 미대, 자유전공학부 등을 포함한 전 학부에서 지역균형선발제를 실시토록 하고,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혀 논란을 빚고 있다.

2016년도 입시요강은 이미 확정됐기 때문에 이를 바꾸려면 대학교육협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2017년도부터 바꾼다고 해도 입학본부에서 밝혔듯이 ‘일반고와 비일반고의 비율을 학교에서 인위적으로 관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성 총장은 “외고, 과학고, 자율고 출신이 증가하는 추세는 교정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왜 인위적으로 교정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지방 일반고 전교 1등이 수능 모의고사 3, 4등급인 데 비해 특목고 영재학교 학생들 대부분이 모의고사 1, 2등급을 받는 게 현실이다. 엄연한 학력 차를 외면한 채 일반고 신입생 비율부터 정해놓고 뽑는다면, 우수학생은 역차별을 받고 입시의 공정성도 훼손될 우려가 크다. 친(親)전교조 교육감들이 ‘자사고 죽이기’에 나선 것처럼 성 총장도 평등주의와 ‘교육 포퓰리즘’에 휩쓸린 게 아닌지 의문이다.

2005년 도입된 지역균형선발제는 다양한 지역과 배경의 학생을 뽑아 사회 통합에 기여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로 인해 서울대에 갈 만한 우수학생이 다른 대학이나 외국 유학으로 빠진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음대와 미대도 재능과 실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반고 출신을 무조건 더 뽑는다면 예술인 양성과 국내 예술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서울대에는 연간 4000억 원의 국가 예산이 지원된다. 법인화 이후 서울대 앞에는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대학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3월 발표한 세계 대학 랭킹에서 서울대는 44위로 아시아권의 일본 도쿄대(23위) 싱가포르국립대(26위) 홍콩대(43위)보다 못한 상태다. 서울대의 일차적 사명은 지역균형 발전이 아니라 국가인재 육성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목고#일반고#성낙인#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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