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노벨 경제학상 받는 ‘맞춤형 규제’ 이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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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업체인 미국 그레인저의 일본 자회사 모노타로는 작년 4월 한국법인을 세운 뒤 1년 반 만에 3만여 개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독일의 뷔르트와 일본 미스미그룹도 올해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경제민주화 바람이 휘몰아친 2, 3년 전 국내 대기업들이 MRO 시장에서 철수한 뒤 나타난 현실은 역설적이다. 국내 중소기업이 커지기는커녕 외국 대기업들이 활개 치는 곳으로 전락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프랑스 툴루즈1대학의 장 티롤 교수는 산업조직론의 대가(大家)다. 특히 게임이론을 산업조직론에 접목해 독과점 정책의 새 지평을 열었다. 그는 독과점으로 효율성이 낮아지는 ‘시장 실패’를 줄이려면 산업과 시장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규제’가 효과적이며, 이런 차이를 무시한 일괄적인 규제는 큰 폐해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부동산 경기 침체 속의 분양가 상한제나 대기업의 MRO 시장 축출의 부작용을 떠올리면 수긍이 가는 진단이다.

▷프랑스 경제학자로는 26년 만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는 티롤 교수가 1980년대에 펴낸 저서 ‘산업조직론’은 지금도 미국 주요 대학원의 교재로 사용된다. 독과점 기업의 폐해를 막되, 마구잡이식 규제에 반대하는 점에서 그는 규제완화 만능론자도, 그렇다고 맹목적인 강화론자도 아니다. 다만 기술적인 연구에 편중돼 경제학의 큰 방향을 잡는 데는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티롤 교수는 수상자 발표 후 “프랑스가 국가(정부) 규모를 줄이는 데 실패했다”며 국가가 너무 크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역설했다. 프랑스 기업들이 정규직 직원들을 뽑는 것을 두려워해 대부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현실을 비판하며 “직원들을 너무 보호하려다 오히려 전혀 보호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말도 했다. 한국은 프랑스 이상으로 노동시장 경직성이 심각하고 ‘큰 정부’에 대한 환상도 강하다. 시장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규제와 함께 노동개혁과 정부개혁에 대한 그의 견해를 귀담아들을 만하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노벨 경제학상#외국 대기업#국내 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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