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귀여운 ‘러버 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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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은 공개된 장소에 전시되는 미술작품이다. 1985년 파리의 퐁뇌프 다리 전체가 천으로 뒤덮였다. 불가리아 출신의 크리스토라는 미술가의 작품이었다. 한국에서 공공미술 작품은 서울 청계광장에 있는 다슬기 모양의 ‘스프링’을 떠올리면 된다. 폐쇄된 미술관을 벗어나 대중과 함께 호흡하겠다는 미술가들의 적극적인 손짓이다.

▷고무로 만든 대형 오리가 서울 석촌호수 위에 등장했다. 네덜란드 작가 플로렌테인 호프만이 만든 공공미술 작품 ‘러버 덕(Rubber Duck)’이다. 이 오리는 세계적인 유명 인사다. 2007년부터 여러 나라를 순회하며 관객들을 모으고 있다. 러버 덕의 매력 포인트는 귀여움이다. 러버 덕은 머리와 몸통이 각각 2분의 1 크기인 2등신이다. 동물 캐릭터를 만들 때 머리를 크게 하고 몸을 줄이면 귀여운 인상은 배가된다. 여기에 오리의 얼굴선을 동그랗게 만들고 눈과 눈 사이를 멀리 떼어놓아 귀여운 매력을 더욱 살렸다.

▷요즘 귀여움에 대한 열광이 대단하다. 지난해 국내 캐릭터산업의 매출은 8조2000억 원에 달했다. 애완동물 인구는 1000만 명에 이른다. 국내 러버 덕의 인기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이 귀엽다는 감정을 느끼게 된 건 종족보호 본능과 직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인기 캐릭터 상품은 아이들의 특징과 닮아 있다. 머리는 크고, 몸은 작으며, 눈은 정면을 향하고 있고, 뭔가 어리숙한 인상을 준다. 인간은 이런 모습에 귀여움을 느끼는 동시에 아이들을 보호하도록 진화해 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귀엽다는 감정을 느낄 때 마음이 진정되고 치유되는 효과를 얻는다. 러버 덕의 작가도 “관객들이 내 작품을 보고 치유의 감정을 느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음 달 14일까지 석촌호수에 머무는 러버 덕이 많은 이들에게 이런 선물을 남겼으면 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엔 어른다운 모습을 보여야 할 나이가 되어도 그렇지 않은 젊은이들이 꽤 있다. ‘귀여움에 빠진 나라’는 그만큼 ‘어른 되길 거부하는 나라’가 아닌지 궁금해진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러버 덕#석촌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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