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한국인은 일본인에 비해 인간관계가 긴밀하다고들 한다. 생활 속에서 그렇게 느끼는 장면도 있지만 나에게는 이해하기가 좀 복잡하다. 예를 들면 한국인들은 친해지면 상대를 위해 무엇인가 해주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일본에서 내 가족이 놀러 왔을 때의 일이다. 나는 차가 없었는데, 한국 친구가 나 대신 차로 안내를 해주겠다고 말했다. 엄청나게 고마운 제안이었지만, 가족과 친구가 초면이어서 나로서는 신경이 쓰여 거절했다. 하지만 친구는 “친구 가족을 안내해 주는 건 당연한 거야, 왜 그런 걸 부담스러워하지”라고 되물어 곤란한 적이 있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시장에 생선을 사러 갔는데 내가 일본인이라는 걸 안 가게 아주머니는 자기 며느리도 일본인이라며 반가워하면서 생선 한 마리를 사려는 나에게 두 마리를 덤으로 주는 것이 아닌가. 감사하기도 했지만 죄송하기도 했다.
일본인들은 남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말을 가정이나 학교에서 많이 듣고 자란다. 나도 그중 하나다. 남에게 부탁을 하는 것 자체가 폐를 끼친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타인의 삶에 깊이 관여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돈 문제만 아니라면 서로 기댈수록 더 친해진다’가 내가 생활하면서 배운 지혜 중에 하나다.
주변에 있는 한국의 지인들은 자신들이 받은 은혜(친절)를 잘 기억한다. 10년 전 일을 기억하며 “그 사람에게 언젠가 꼭 은혜를 갚아야겠다”고 말한다.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일본인들은 인간관계가 옅기 때문에 10년 전 은혜까지 챙기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스킨십 문화에도 좀 차이가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국인들이 더 스킨십에 자연스럽다. 일본인 친구가 다니는 한국회사 회식 장소에서 벌어진 일이다. 회식이 끝날 때쯤 분위기는 무르익었고 한국인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남자끼리 서로 껴안기도 했다. 이 모습이 낯설었던 외국인 직원이 한국 친구에게 귀엣말로 “아무래도 저 녀석은 조심하는 게 좋겠다”고 충고했다고 한다. 남자끼리의 포옹을 ‘동성연애자’로 생각한 것이다.
서울의 거리를 걷다 보면 거리에서도 거리낌 없는 스킨십을 볼 수 있다. 남녀 사이는 물론이고 동성끼리 어깨동무를 하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여자끼리 점심식사를 하러 갈 때에도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는 경우를 보았다. 하지만 나는 지인이 내게 팔을 감았을 때, 고교 시절 이후 처음이라 ‘언제 슬쩍 팔을 빼낼까’ 걸으면서 줄곧 생각한 적도 있다.
상대방에게 ‘아’ 하며 서로 음식을 먹여주는 행동도 내겐 낯설다. 한국에서는 식당은 물론이고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다가도 ‘아’ 하고 입을 벌리게 한 뒤 음식 맛을 보게 한다. 나의 경우 어린 시절 어머니가 숟가락으로 음식을 먹여준 기억이 있긴 하지만, 사실 이 나이에(?) ‘아’ 하고 입을 벌리기가 좀 쑥스럽다.
하지만 한국 친구들이 김치를 담글 때 고무장갑 낀 손으로 김치를 입에 넣어주면 마음이 따뜻해져 오긴 하다.
한국에서는 가족의 유대감도 강하게 느끼는 것 같다. 어머니와 자녀 간의 관계가 특히 그렇다. 일본에서도 사이가 좋은 부녀, 모자가 있지만 밖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조금 다르다. 일본 남자아이들은 중학생만 되어도 엄마와 손을 잡고 걷지 않는다. 특히 고등학생이 되면 부끄럽다며 어머니와 떨어져서 걷는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장성한 아들이 엄마와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다닌다. 깜짝 놀랐다. 일본에서는 ‘마마보이’라든가 ‘머더 콤플렉스가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한국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많은 풍경들이 낯설었다. 하지만 한국의 문화와 사회를 조금씩 알게 되면서 시각이 달라졌다. 집 근처 산과 공원에 가면, 중년 부부가 손을 잡고 다정하게 걷는 모습을 자주 본다. 서로 의지하듯 걷는 그 모습이 아주 자연스러워서 보는 사람도 흐뭇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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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니시 히로미 씨는 한국에서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일본 주부다. 한국에서 산 지도 3년째에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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