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커피 질주’는 심상치 않다. 21일 발표된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커피 수입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1∼9월 생두와 원두 등 커피 수입 중량은 9만9037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만3693t보다 18.7% 증가했다. 약 3억8200만 달러(약 4028억 원) 규모.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급증한 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미국산 원두 수입이 늘어난 것도 한 이유다. 최근 ‘스페셜티(specialty) 커피’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브라질 등 고급 커피 원두의 수입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스페셜티 커피란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에서 커피의 향과 맛, 질감, 깔끔함 등 객관적인 기준으로 평가한 점수가 80점 이상인 커피를 통칭한다. 9월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3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19세 이상 성인 1명당 하루 평균 1.8잔의 커피를 마신다.
‘커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뜨겁다. 9월 22일부터 10월 22일까지 한 달 동안 트위터와 블로그에서 ‘커피’를 언급한 문서는 모두 49만5886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만5000건이 넘는 수치다. SNS에서도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꽤 뜨겁다. 트위터 문서가 35만2522건, 블로그 문서가 14만3364건으로 나타났다. 이런 수치는 2011년 같은 기간의 43만4871건, 2012년 46만3663건, 2013년 48만634건보다 소폭 늘어난 것이다.
‘커피’와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1위는 5만3435건을 기록한 ‘맛’이다. 커피를 마실 때 맛을 가장 중시한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드립 커피(Drip Coffee)’ 언급량이 12만825건을 기록한 것만 봐도 이른바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선호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말해준다.
전체 연관어 2위는 4만3589건을 기록한 ‘카페’가 차지했다. 사람들은 카페에서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며 그 다음은 전체 연관어 4위에 오른 ‘집’(2만8750건)이다. 이 밖에 장소 연관어 순위는 ‘커피전문점’ ‘가게’ ‘매장’ ‘호텔’ ‘편의점’ ‘사무실’ ‘바다’ ‘식당’ 등으로 나타났다. 전체 연관어 3위는 3만4568건의 ‘이벤트’가 차지해 커피 증정 이벤트가 많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5위는 2만5595건의 ‘사진’이 차지했다. 커피 사진을 찍어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에 올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 사진 전용 SNS인 ‘인스타그램’ 언급량도 3740건이나 됐다. 6위는 2만3789건의 ‘향’이, 7위는 2만3552건의 ‘아메리카노’가 차지했다. 2만1294건을 기록한 ‘아침’도 전체 연관어 8위에 올랐는데 이는 사람들이 아침에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9위는 1만7982건의 ‘가격’이, 10위는 1만6053건의 ‘친구’가 차지했다. 커피와 함께 언급된 브랜드 연관어 1위는 ‘스타벅스’(1만1098건)였고 이어 ‘엔제리너스’(9201건), ‘커피빈’(3530건), ‘던킨도너츠’(2001건), ‘할리스커피’(1725건), ‘카페베네’(1424건), ‘이디야커피’(1296건) 순이었다.
커피에 대한 긍·부정 연관어 분포를 보면 긍정어 분포가 72.80%로 12.30%의 부정어 분포를 압도했다. 기호품이다 보니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부정어 분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비싸다’(3135건)로 나타나 커피를 마실 때 가격 저항이 있음을 드러냈다. 이 밖에 ‘싫어하다’(1108건), ‘좋아하지 않다’(890건)는 표현도 등장했다. 또 ‘피로’(1032건)하거나 ‘스트레스’(874건)라는 단어도 부정어에 언급되어 각성이나 진정 효과로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추정된다.
긍정 연관어의 압도적 1위는 ‘좋다’(3만3283건)였으며 2위는 ‘맛있다’(2만59건), 3위는 ‘따뜻한’(1만3341건), 4위는 ‘즐기다’(7550건), 5위는 ‘뜨거운’(5408건)이었다. 특히 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라 따뜻하고 뜨거운 커피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커피와 함께 언급된 국가별 연관어 순위는 미국 브라질 에티오피아 이탈리아 프랑스 콜롬비아 베트남 케냐 독일 터키 순이었다.
커피는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기호품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사람들은 이제 카페라는 공간에서 커피를 즐기며 소셜 미디어에 인증 샷을 올리면서 나와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도 소통한다는 점이다. 이제 카페는 단순히 다방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노트북으로 일을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얼마 후면 커피향이 나는 4D 스마트폰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빌리 조엘은 “내 커피 잔 속에 위안이 있다”고 했다. 바흐와 함께 많이 인용되는 커피 명언은 베토벤이 남겼다. “한 잔의 커피를 만드는 원두는 나에게 60여 가지의 좋은 아이디어를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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