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따르릉’ 한밤중에 전화벨이 울려 화들짝 잠이 깼다. 모르는 번호라서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요즘 공중전화로 전화를 해대는 세웅이(가명)가 생각나서 전화를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세웅이의 당황스러운 목소리. “이모! 저 교통사고 났는데 아파서 죽을 것 같아요.” 세웅이는 지적장애가 있다. 학교폭력 피해자이기도 하다. 늦은 밤까지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주차하는 차와 부딪친 것이다.
올해 경찰 경력 24년 차인 나는 학교폭력과 청소년범죄 예방을 담당하는 학교전담경찰이다. 그동안 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버지가 어머니를 학대하는 모습을 보며 고통스러워하던 중학교 2학년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폭력을 배웠다. 중학교 1학년 아이는 돌봐줄 양육자가 없어 동네 형들과 PC방을 다니며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죽고 싶다며 어찌할지 모르겠다는 아이도 있었다. 손을 잡아달라고, 자기 좀 봐달라고, 온몸으로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일을 하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많다. 아이들에게 화가 난 적도 있고, 그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가족과 사회에 분노를 느낀 적도 있다. 하지만 우리 어른들이 빛을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진다면, 그리고 사회와 국가가 함께한다면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지금이라도 우리 어른들이 주변에서 도움을 외치는 아이들이 없는지 돌아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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