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뜨거운 바람이 분다 번지가 여러 개인 골목이 길게 숨어서 휘파람을 분다 대실된 모텔에서처럼 길고 순한 알몸들이 끈끈하게
들러붙기 전에, 가야 한다 과속 방지 산맥을 넘고 넘어 달리는 오토바이의 다리는 볶은 양파의 깔깔한 교태에 있는 힘껏 취한다
한
때는 짬뽕을 시키는 궁상들의 허기를 달래 주는 단무지 색 머리칼의 혁명가가 되려 하였다 신장개업 취화루 놈과 눈을 흘기게 되면서
등에서 부는 뜨거운 바람이 게릴라의 노래가 아니요, 궁상들의 독촉 소리라는 걸 알았다 번지와 번지 사이 너른 허기의 끈을 당기며
녀석의 얄궂은 미소를 떠올린다 휘파람 소리 힘껏 뜨겁다
동네의 곳곳을 달리며 대륙의 식사를
반도(半島)식으로 들이미는 그간의 투쟁을 상기하며 모든 혁명은 허기로부터 시작된다는 회심의 정의를 깨닫는다 철가방 속 모든 정의가
지켜지도록 속도를 더할 때, 피자 배달 공수부대의 습격을 받고 넘어졌다 최후를 함께한 짬뽕 동지의 삐져나온 국물 속 남지나해산
조개가 쏘지 마오, 내가 ‘체’요, 참혹하게 힘껏 웃는다
역시 혁명은 매운 붉은색이 틀림없다
체 게바라의 삶의 방향을 결정지은 청년시절 여행을 담은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비튼 제목이다. 사회 부조리를 바로잡아 고통 받는 사람들을 구하려는 원대한 포부로 세상을 뒤집으려던 혁명가 체는 결국 참혹하게 살해당했다. 이 시가 실린 시집 ‘소년파르티잔 행동지침’에는 체가 구하고자 한 사람들의 완패 현장이 펼쳐진다. 서울이라는 도시정글에서 게임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채 게릴라처럼 살아가는 청소년의 눈에 비친 약자들과 패자들을 강렬한 필치로 전하는 리포트. 독자는 가슴이 뻐근해지면서 무엇을 향하는지 모르게 피어오르는 분노를, 무력한 분노를, ‘시 참 잘 쓰네!’라는 감탄으로 버무린다.
CITY100은 길에서 흔히 눈에 띄는 배달용 오토바이다. 한 그릇이라도 더, 면발이 불기 전에 배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속도를 내는 배달원의 삶은 문자 그대로 사투(死鬪)다. 머리카락을 노랗게 물들인 배달 청소년의 참혹한 사고를 참혹한 웃음으로 마무리하는 시인의 참혹한 심정이 찌르르하다. 어젯밤에 우리 동네에 앰뷸런스와 순찰차가 왔었다. “주인이 오토바이 가지러 온다는데요?” 구급대원이 경찰에게 하는 말을 들으며 앰뷸런스를 들여다보니 한 소년이 실려 있었다. 그 지경이 돼서도 오토바이 걱정을 하던 소년아, 제발 많이 다치지 않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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