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퍼드대 병원 의사인 콜린 빅스 씨는 라이베리아의 에볼라 치료센터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 정글 한복판에 급조된 병동의 열악한 환경과 지독한 더위 속에서 우주복 같은 방호복을 입고 매일 죽음의 공포에 맞서며 환자들을 보살핀다. 이 같은 숨은 영웅들 덕인지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한 서아프리카 3개국 중 라이베리아의 신규 감염률이 감소하는 추세다. 일각에선 “전환점을 통과했다”고 낙관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어제 “아직 위기가 극복된 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에볼라 감염자는 1만30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5000명에 육박한다. 최전선에서 싸우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서아프리카를 넘어 미국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에볼라 퇴치를 위한 국제 사회의 공조가 더 절실해졌다. 지금 한국에서도 서아프리카에 파견할 보건의료 인력을 공모하고 있다. 당초 ‘지원자 미달’을 우려한 것과 달리, 모집 닷새 만에 경쟁률이 4 대 1을 넘었다. 마감이 다음 달 7일이니 최종 경쟁률은 훨씬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원자들은 종합병원의 감염내과 의사부터 “내 돈 들여서라도 가겠다”고 밝힌 의사 등 다양한 면면을 보이고 있다. 사사건건 딴죽을 거는 악플러들이 이번이라고 해서 잠잠할 리 없다. 공모 이전에는 “누가 가겠나. 강제로 보내야겠네” “병 걸리면 입국시키지 말라”고 냉소를 퍼붓더니 경쟁률이 높다고 하자 “목숨 걸 만큼 스펙이 중요했나 보다” “돈 벌러 가나” 같은 악성 댓글이 난무한다. 소명의식을 갖고 지원한 사람들을 격려하진 못할망정 왜 이렇게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지.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에볼라와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은 빅스 씨 같은 의료진만이 아니다. 라이베리아의 한 일용직 노동자는 희생자들의 무덤 파는 일을 자청했다. 그는 “자식들이 커서 훗날 에볼라 뉴스를 보게 되면 우리 아버지가 이곳에서 싸웠다는 자부심을 느낄 것”이라며 속 깊은 한마디를 던졌다. “에볼라에는 자비가 없다.” 바로 우리가 기억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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