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입장에서 지금 가장 답하기 힘든 질문을 꼽는다면 “7월 취임 때 가계소득을 늘리겠다고 공언했는데 도대체 개인이 돈을 어떻게 불릴 수 있나”는 것 아닐까. 임금은 그대로인데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이제 1%대로 떨어져 도무지 돈 굴릴 곳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재테크 시장이 ‘최(崔)노믹스’의 취지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물론 최 부총리가 언급한 가계소득 증대는 내년 이후 배당 확대와 임금 상승을 통해 기업 이익을 가계로 돌리려는 정책이지 당장의 재테크와는 무관하다. 정부로선 추락하는 전체 경기를 떠받치고 1000조 원이 넘은 가계 부채를 관리하는 게 더 급하다. 개인적인 재테크가 어렵다는 하소연을 들어줄 여유가 최 부총리에게는 없을 것이다.
어떻든 지금 같은 초저금리 상황에서 어떻게 재테크 설계를 해야 할까.
우선 ‘대박 꿈’을 접는 게 좋다. 저금리 시대에 연 10%가 넘는 수익을 내려면 곧 망할 수 있는 회사 채권을 사거나 한 달에도 몇 번씩 상, 하한가를 반복하는 소형 작전주에 편승해야 하는데 리스크가 너무 크다. 따라서 목표 수준을 최대한 낮춰 잡는 게 필요하다. 은행 정기예금보다 조금만 더 벌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게 좋겠다. 세금 떼고 연 3% 정도 수익을 내겠다는 목표가 적당해 보인다.
실제 개인이 돈을 넣을 수 있는 투자 대상은 여유자산 규모에 따라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샐러리맨이 매달 수십만 원 정도를 굴리기에는 배당주 펀드가 적당하다. 이 펀드는 배당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수익을 낸다. 정부가 최근 연기금을 통해 투자한 회사들에 배당을 많이 하도록 요구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호재다. 이 정책이 성과를 내면 전반적인 배당금이 늘어나 배당주 펀드의 수익률이 높아진다. 배당주를 직접 사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5년 연속 배당을 실시한 실적 전망이 좋은 대형주이면서, 예상 배당수익률(증권사 전망)이 높고, 최근 3개월 동안 주가가 하락세라는 세 조건의 교집합에 드는 주식이 적합한 투자 대상이다.
여러 펀드 중에서 채권형 펀드를 안전자산으로 추천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 상품은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향후 시중금리가 더 하락(채권가격이 더 상승)해서 펀드 수익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근거로 한다. 하지만 채권형 펀드가 안정적일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대내외 경제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힘든 데다 ‘척 하면 척’으로 통한다는 최경환 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이의 ‘금리 팀워크’가 내년 이후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낙관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내년 금리 상황 예측이 힘들다. 정책 공조가 깨지거나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금리가 출렁거리면 채권가격도 요동친다. 안전 투자를 하려고 고른 채권에 되레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수천만 원의 목돈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물가연동 국채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명칭에서 대략 알 수 있듯 물가채의 원금과 이자 지급액이 물가에 따라 달라지는 상품이다. 물가가 오른 만큼 원금이 늘어나고 이렇게 불어난 원금에 이자가 붙는 구조다. ‘최노믹스’가 저성장 저물가 기조를 탈피하는 데 안간힘을 쓰는 만큼 내년 물가는 2%대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물가채 2000만 원어치를 샀는데 내년 물가가 정부 예상대로 2.4% 오르면 원금은 2048만 원이 된다. 여기에 물가채를 사면서 당초 약정한 이자가 적용되는 것이다.
이 상품의 또 다른 장점은 원금 상승분에 대해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물가채 2000만 원어치를 산 뒤 10년 동안 물가가 20% 올라 원금이 2400만 원으로 불어나면 400만 원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고 원금 2000만 원에 대한 이자에만 세금을 낸다. 이 원금 상승분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올해 말로 종료되고 내년부터는 과세가 시작되므로 서두를 필요가 있다.
만약 수억 원의 여유자금이 있는 자산가라면 미분양 주택을 사서 임대사업을 하는 것도 유망하다. 정부가 2015년까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5년 이상 운영하면 5년 동안의 양도소득세 중 50%를 감면해주는 세제혜택을 주기로 한 점이 투자 포인트다. 이는 연 5% 이상 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는 고수익 투자처지만 그만큼 위험하다. 앞서 기준으로 제시한 보수적 투자 목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저금리시대 투자는 지루하다. 지루하기 때문에 개인은 비열하고 냉혹한 시장의 유혹에 더 쉽게 넘어갈 수 있다. ‘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를 쓴 테리 버넘 채프먼대 교수는 “우리 뇌 중 비이성적인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 일명 ‘도마뱀의 뇌’ 때문에 우리는 시장을 두려워해야 할 때 스스로 자제하지 못하고 욕망에 휘둘리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위험한 시장에서 큰돈을 번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욕망이 생기고 욕망이 넘쳐 결국 투자의 원칙을 깨고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접어든다는 것이다.
저금리시대 한국의 부자들은 ‘은행 금리보다 조금 더 벌겠다’는 목표와 이 목표를 위해 정한 원칙들을 지킨다. 한국의 부자들을 연구해온 한동철 서울여대 교수에 따르면 부자들은 ‘자기 주도적’이다. 집을 살 때는 30번쯤 해당 지역을 방문해서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부동산 업자들이 다른 사람이 집을 계약할 수 있다는 식으로 재촉해도 확신이 들기 전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부자들의 태도가 주는 교훈은 다음 세 가지다.
‘욕망의 지배를 받지 말라, 다른 사람 말에 귀 기울이되 참고만 하라, 투자의 원칙을 흔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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