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박인호의 전원생활 가이드]<26>행복한 전원생활의 첫째 조건은 ‘좋은 이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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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자연환경보다 좋은 이웃이 전원생활의 행복을 좌우한다. 동아일보DB
멋진 자연환경보다 좋은 이웃이 전원생활의 행복을 좌우한다. 동아일보DB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 사례 1

강원도 H군의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한 작은 전원마을(6가구)에서 시골생활을 하던 K 씨(70)는 2년 전 다시 수도권 외곽의 아파트단지로 이사를 했다. 농촌에 함께 살던 이웃 주민들이 모두 한 교회에 다니는 일종의 종교 공동체였다는 것을 알고는 들어갔지만 실제로 살아보니 농사든, 생활이든 제각각 생각이 달라 마음을 모으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 사례 2

2013년 강원도 산속 계곡 위쪽에 둥지를 튼 S 씨(50) 부부는 언제부턴가 집에 갈 때면 우회도로를 이용해 거꾸로 돌아가곤 한다. 계곡 중간과 아래쪽엔 먼저 자리 잡은 주말주택 이웃이 많은데, 이곳을 통과할라치면 집집마다 불러 세워 술판을 벌이는 바람에 술 안 먹는 이들 부부에겐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 사례 3

몇 년 전 경북 G시로 귀촌한 P 씨(55) 부부는 1년여 일찍 귀농한 이웃집과 사사건건 부딪치는 바람에 마음고생을 심하게 겪고 있다. P 씨는 “70세 넘으신 토박이 어르신들은 잘 대해주시는데, 오히려 비슷한 시기에 귀촌한 사람들이 ‘같이 굴러들어온 돌’이면서 서로 돕지는 못할망정 원주민보다 더 텃세를 부린다”고 하소연했다.

귀농이든, 귀촌이든 외지인에 대한 원주민의 ‘텃세’는 소득 문제, 자녀 교육과 함께 귀농·귀촌의 3대 걸림돌 중 하나로 지목된다. 그런데 사례3에서도 소개했지만 토박이들과의 갈등이 문제가 아니라 외지인들이 서로 갈등을 빚기까지 한다. 각박한 도시생활을 내려놓고 느림과 안식, 힐링 등 자연의 가치를 향유하려고 전원으로 내려왔는데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나는 셈이다.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은 대부분 터전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땅을 구하고 집을 짓는 것에만 매달린다. 하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사는 이웃일 수 있다. 전원생활이란 자연 속 삶이지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웃과의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없는 전원생활은 외롭고 삭막하기 그지없다. 전원생활을 막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자연을 너무 사랑하고 즐길 줄 알기에 혼자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고 자신할지 모르지만 결국 이웃 때문에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주변에 드물지 않다. 애초 전원생활을 준비할 때부터 어떤 이웃과 함께할 것인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웃 마주치기가 싫다면 아예 처음부터 마을 외곽이나 이웃과 거리가 있는 곳에 전원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으나 근본적인 해법은 아닌 듯싶다. 이웃 관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며, 미리 알고 대처하는 게 현명하다. 이렇게 준비하고 시작해도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든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최근 필자가 관여하고 있는 홍천귀농귀촌협의회가 마련한 행사에 참가한 한 젊은 부부가 인터넷 카페에 이런 글을 올렸다.

“장래 전원생활 터를 찾기 위해 공부도 하고 답사도 많이 다녀보았지요. 하지만 (성공이 아닌) 실패하지 않는 귀촌을 위해서는 아름답고 멋진 자연환경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름답고 멋있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행사에 참여했고, 매우 유익하고 값진 시간이 되었습니다.”

만약 아직도 아름답고 멋진 자연환경을 갖춘 곳만을 찾아다니고 있다면, 이 젊은 부부의 조언을 새겨들었으면 한다.

좋은 이웃 관계는 어떤 것일까. 농사와 전원생활에 있어 상생을 추구할 수도 있다. 일과 취미까지 함께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사실 전원생활이란 좋은 터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텃밭을 가꾸며 자족하는 것만으로 다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전원생활 초기에는 모든 것이 신선하고 아름답게 보이지만 몇 년 반복되다 보면 ‘전원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이 때문에 활력 있는 전원생활을 원한다면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일과 취미를 갖는 것이 좋다. 이를 이웃과 함께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다. 행복한 전원생활을 위해서는 멋진 자연환경보다 좋은 이웃이 먼저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전원생활#강원도#좋은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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