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서는]민물장어와 멸공의 횃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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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스코드의 ‘I'm Fine Thank You’와 1999년 발표된 신해철 ‘민물장어의 꿈’.

두 곡의 공통점이 뭘까요? 첫째, 최근 음원차트 1위를 달성했다는 점입니다. 둘째, 따끈한 신곡도, 오빠 팬이 두꺼운 대세 아이돌의 곡도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짧은 시간에 누리꾼들이 합심해 1위로 올려놓은 곡입니다.

음악사이트는 최신 발표된 신곡 중 누리꾼들의 선택을 받은 순서대로 순위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이 두 곡은 망자가 된 가수의 생전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 누리꾼들이 의도적으로 순위를 올려놓았습니다. 음원차트 순위가 누리꾼들의 추모, 위로의 뜻을 나타내는 하나의 통로가 된 겁니다. 고인이 된 가수가 생전에 했던 말들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공유되면서 합심해 순위를 올리는 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얼마 전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레이디스코드의 한 멤버는 “1위를 한 번 해보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정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죠. 한마음으로 힘을 합해 음악을 반복해서 듣고 또 듣습니다. 결국 이 멤버가 하늘나라로 간 뒤에 레이디스코드의 ‘I'm Fine Thank You’는 음원차트 1위에 오릅니다.

최근 생을 마감한 신해철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단순히 신 씨가 그리워 음악을 들었더라면 ‘그대에게’(무한궤도)나 ‘Here, I Stand For You’(넥스트) 등 좀 더 유명한 노래들이 1위에 올랐겠죠. 하지만 누리꾼들은 ‘민물장어의 꿈’을 택했습니다. 생전에 신 씨가 “팬이면 누구나 알지만 뜨지 않은 어려운 노래예요. 이 곡은 제가 죽으면 뜰 겁니다. 제 장례식장에서 울려 퍼질 곡이고 노래 가사는 제 묘비명이 될 것입니다”라고 한 말 때문이었습니다.

때론 가수를 비난하려고 뜻을 모으는 경우도 있습니다. 얼마 전 ‘멸공의 횃불’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포탄의 불바다를 무릅쓰면서 고향땅 부모형제 평화를 위해. 전우여,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 멸공의 횃불 아래 목숨을 건다’는 가사가 담긴 군가입니다. 뜬금없이 이 군가가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발단은 ‘MC몽’ 컴백이었습니다. 5년 전 입대를 피하기 위해 고의로 어금니를 빼낸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받았던 MC몽이 세상에 나왔기 때문이죠. 그는 ‘Miss Me or Diss Me’라는 이름의 앨범을 들고나와 두 번 욕을 먹었습니다. ‘나를 그리워하든가, 미워하든가’라니, 잘못을 반성하는 기미가 하나도 안 보였기 때문이죠.

결국 누리꾼들은 실시간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군가 ‘멸공의 횃불’을 반복 재생하며 MC몽 신곡을 간접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어떤 누리꾼들은 지하에서 잠자고 있던 ‘이빨도 없는 것이’(정희라 곡)라는 노래를 검색어 순위에 올리며 MC몽을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가수 한 명을 저격하기 위해 대동단결하는 누리꾼의 힘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한편으로는 ‘병역기피’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그 분노가 단순히 ‘죄를 지은 자는 방송에 컴백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은 아닐 겁니다. 편법으로 의무를 행하지 않으려 했던 그의 행동, 그러고도 ‘Miss Me or Diss Me’를 외치며 재기하겠다니 반발하는 게 아닐까요.

정책사회부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민물장어#멸공의 횃불#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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