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멕시코의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이 체포됐다. 세계 10대 지명 수배자 중 1위에 올랐던 인물이다. 구스만은 2001년 세탁물 바구니에 숨어 탈옥한 뒤 13년 만에 붙잡혔다. 미국 잡지 ‘포브스’가 추정한 그의 재산은 10억 달러였다. 정치인과 경찰에게 뇌물을 주고 지역 사회의 비호를 받아 세계 최대의 마약 조직을 건설할 수 있었다.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은 정계와 군경에까지 깊숙하게 선을 연결하고 있다.
▷멕시코의 작은 도시에서 시장과 경찰이 연루된 마약 조직이 무고한 대학생들을 집단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 9월 26일 이괄라 시에서 실종된 대학생 43명이 갱단에 집단으로 살해됐다. 시장은 학생들의 시위가 아내의 연설을 방해할까 우려해 경찰에게 학생들의 체포를 지시했다고 한다. 경찰은 학생들을 통째로 범죄 조직에 넘겼다.
▷지역 갱단은 이들을 총으로 쏴 살해한 뒤 시신을 밤새 쓰레기매립장에서 불태워 강물에 던졌다. 부패한 관료, 경찰과 결탁한 갱단이 잔혹한 방법으로 죄 없는 젊은이들을 죽였다. 이들의 악마적 행태에 전 세계가 분노하고 있다.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국가들은 오래전부터 마약 범죄로 몸살을 앓았다. 각국 대통령선거 때마다 마약 갱단의 범죄 척결이 단골 공약으로 등장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막대한 자금에 최신 무기까지 갖춘 거대 조직들은 공권력을 비웃듯 조직원 모집 플래카드를 공개적으로 내걸 정도다.
▷멕시코는 세계 최대의 마약 소비국인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9·11테러 이후 바다를 이용한 마약 밀반입 통로가 거의 막혀 육로를 이용한 거래가 급증했다. 미국의 정보분석 회사인 ‘스트랫포’에 따르면 멕시코에서 2006년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래 5년간 사망자가 모두 4만7515명에 이른다. 3년 전 설문조사에서 멕시코 국민의 54%는 “정부와 마약 카르텔의 전쟁에서 갱단이 승리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정부가 이길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25%에 그쳤다. 지금 같은 질문을 던지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멕시코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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