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리 전투의 영웅 김좌진 장군의 외증손자인 탤런트 송일국은 2012년 ‘8·15 기념 독도 수영 횡단 행사’에 참여한 뒤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일본 외무성 차관은 “미안하지만 송일국은 앞으로 일본에 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이 일본의 국민감정”이라고 말했다. 송일국이 출연한 한국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의 일본 방영도 취소됐다. 그는 “일본 외무 차관이 ‘송일국, 미안하지만 일본 못 온다’는 말에 뭐라 할 말이 없네요”라며 “그냥 내 세 아들 이름이나 불러봅니다. 대한, 민국, 만세!”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가수 이승철이 9일 일본에 사는 지인을 만나기 위해 부인과 함께 일본을 방문하려다가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돼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승철은 올 8월 탈북 청년단체 합창단원들과 함께 독도에서 미니 콘서트를 열었다. 일본 정부는 입국 불허 이유를 얼버무리지만 누가 봐도 ‘독도 공연’에 대한 보복이다. 더구나 이승철의 부인까지 입국을 막은 것은 선진국이라는 말이 무색한 처사다.
▷독도 관련 발언을 하거나 활동을 하는 한국 연예인에게 일본이 유무형의 압력을 가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한류 스타들도 일단 일본 정부나 극우세력에 찍히면 일본 활동은 사실상 접어야 한다. 일본의 민관(民官)이 독도 관련 발언을 한 한국 연예인들의 블랙리스트를 공유하고 관리한다는 말도 나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나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지만 특파원 생활을 통해 일본에서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생각이 꽤 넓게 퍼져 있고 한일 양국 간에 ‘서로 만날 수 없는 평행선’ 같은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은 알고 있다. 그렇더라도 입국 거부라는 막무가내 방식으로 한국 연예인들을 위축시키고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은 너무 치졸하다. 한일 관계는 개선해야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일본군 위안부 강제모집은 없었다’는 강변이나 이승철 송일국 입국 거부는 ‘섬나라 일본’ 특유의 폐쇄적이고 국수주의적 풍토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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