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르렁’ ‘중독’ 등을 발표한 ‘엑소(EXO)’는 11인조 남성그룹이다. 수려한 외모에 역동적 춤으로 국내외에서 사랑받는 대세 아이돌로 꼽힌다. 지난해 내놓은 1집 음반 판매량이 100만 장을 돌파하면서 김건모와 god 이후 12년 만에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미국 음악잡지 빌보드의 ‘2013년 케이팝 베스트 20’에서 1위, ‘2014년 주목할 아티스트 14’에서 아시아 가수로 유일하게 선정되며 기염을 토했다.
▷차세대 한류를 이끌어갈 아이돌그룹 엑소가 요즘 난데없이 친일파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누리꾼들이 엑소 리더인 수호(본명 김준면·23)를 ‘친일파 아들’로 왜곡한 글을 퍼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호의 아버지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중도 보수 성향의 바른사회시민회의에서 활동했다. 한데 이 단체를 뉴라이트, 친일 단체로 낙인찍고 그 아들도 ‘친일파 자손’으로 몰고간 것이다. 황당한 논리의 비약이다. 김 교수는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에 적극 참여했던 자신에 대한 공격의 불똥이 아들에게로 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김 교수는 공무원노조의 반발로 연금학회장을 사퇴한 바 있다. 그는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
▷반일 감정이 뿌리 깊은 한국 사회. 근거가 있든 없든 일단 ‘친일파’로 낙인찍히면 치명적이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가 대표적 사례다. 그만큼 ‘친일’의 여론몰이는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갖고 있다. 문제는 한번 그 힘을 맛본 사람들이 ‘친일파 딱지’를 반대편 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이런 식의 공격과 폭력은 단순히 명예 훼손을 넘어 한 사람의 영혼까지 망가뜨리는 일이다.
▷광복 70년을 앞둔 대한민국, 무분별한 친일파 몰이가 단순히 상대를 짓밟기 위한 목적에서 자행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감정적 보복이나 정략적 목적으로 ‘친일파 낙인’이 쓰인다면 상상만 해도 섬뜩하다. 지금 우리 사회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아니면 퇴행하고 있는 것인지. 엑소 리더 부자(父子)에 대한 친일파 몰이가 제기한 근본 문제를 함께 고민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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