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주요 선진국의 통화가치 쏠림 현상이 일부 신흥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양적 완화를 종료하고 일본이 추가 양적 완화 조치에 나서 엔화가 급락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현실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선진국들이 자국 여건만을 고려해 채택한 통화정책이 신흥국엔 직격탄이 되고, 이것이 다시 선진국 경제를 곤경에 빠뜨리게 될 것이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벌이는 통화전쟁에서 한국은 뾰족한 대응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G20 국가들을 대상으로 성장 전략을 평가한 결과 한국이 1등을 차지했다. 박 대통령의 핵심 경제정책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토대로 하는 한국의 성장 마스터플랜이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있다. 이 계획이 제대로 이행된다면 2018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60조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IMF와 OECD는 전망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선진국들의 경제정책과 통화정책의 입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선진국들이 기침만 해도 우리는 감기에 걸리는 형국이지만 외부의 충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는 우리의 노력에 달려 있다. 지금부터라도 박근혜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충실하게 이행하도록 정치권과 재계가 적극 힘을 보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공기업 개혁과 함께 수출과 내수의 균형 있는 성장, 창조경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을 통해 역동적인 혁신 경제를 실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정부 정책에 대한 ‘발목 잡기’ 구태에서 벗어나 규제개혁 법안과 서비스산업 육성 법안을 서둘러 처리해 성장동력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국제적으로 용인된 수준에서 주요국 통화 가치와 괴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을 안정시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한국경제의 현 상황은 고장 난 자동차와 같다. 엔진이 덜덜거리는데 도로에서 차가 그대로 멈춰 서면 손쓸 방도가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지금 구조 개혁의 고삐를 바짝 조이지 않으면 한국은 세계의 경제 전쟁에서 패배자로 남을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