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돌아가신 부모님이 남긴 빚 떠안지 않으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8일 03시 00분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와 함께 하는 진짜 복지이야기]

김도희 변호사(서울시복지재단 사회복지공익법센터)
김도희 변호사(서울시복지재단 사회복지공익법센터)
얼마 전 김성웅(가명) 씨가 사망했다. 김 씨는 기초생활수급자였는데 카드 빚 등 부채가 많았다. 가족으로는 배우자, 자녀가 있었다. 유가족들은 김 씨 명의 수급자 통장에 있는 47만 원을 찾으려고 은행을 방문했다. 그런데 은행 담당자가 부채가 많아 상속 포기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예금을 찾아서 사용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 사망 인지 후 3개월 내 상속포기서 제출


이제는 언론에 많이 나와서인지 예전보다는 많은 분들이 ‘상속 포기’라는 용어를 알고 있다. 가계부채가 심각해 자신의 힘만으로 살기도 어려운데, 부모 빚까지 난데없이 떠안게 되면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부모가 아니라 형제가 사망했을 때도 상속을 선택할 경우 빚을 떠안을 수도 있다.

자산만 상속받고 싶지 빚은 상속받고 싶지 않은 것은 누구나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법에서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자산과 빚을 모두 상속받거나 반대로 모두 상속받지 않을 수 있을 뿐이다.

자산과 빚을 모두 상속받는 상속을 ‘승인’했다고 하고, 자산과 빚을 모두 상속받지 않는 것을 상속을 ‘포기’했다고 한다. 원칙적으로 사망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승인과 포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상속 재산과 빚의 액수가 확실하지 않을 때는 ‘한정승인’을 선택할 수 있다. 3개월간 결정을 유예해 상속 재산과 빚을 파악하는 제도다. 하지만 절차가 복잡하니 빚이 많다면 고려하지 않는 게 좋다.

부모 빚이 많으면 빚을 떠안지 않도록 반드시 ‘상속 포기’를 해야 한다. ‘상속 포기’란 단지 식구들 앞에서 “상속을 포기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에 ‘상속포기서’를 제출하는 것을 말하는데 간단한 서류여서 인터넷 등에서 쉽게 양식을 구할 수 있다. 사망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상속 포기’를 하지 않으면 상속을 승인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 상속포기 전 亡者 재산 처분하면 안 돼


그런데 여기서 많은 사람이 놓치는 것이 있다. ‘상속 포기’를 하기 전에 망자의 재산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법에서는 상속 포기를 했더라도 상속인이 상속 재산에 대한 ‘처분 행위’를 한 때에는 상속인이 상속을 승인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간혹 상속 포기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면서도 무심코 망자의 예금통장에서 돈을 인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예금을 인출하는 것을 상속 재산을 처분한 것으로 보아서 상속을 승인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여 쓰지 않고 보관만 하는 것은 ‘처분’이 아니라 ‘관리’여서 괜찮지 않느냐고 주장하지만 법적 다툼의 소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처음부터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앞에 소개한 김 씨의 경우 다행히 친절한 은행 담당자를 만났다. 다시 말하지만 빚이 많은 부모나 형제가 돌아가셨을 경우 사망일로부터 3개월 내에 법원에 ‘상속포기서’를 제출하는 것은 빚의 대물림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책이다.

김도희 변호사(서울시복지재단 사회복지공익법센터)
#상속 포기#기초생활수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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