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문화혁명기였던 1969년 아버지 시중쉰이 반(反)혁명분자로 몰리면서 16세의 나이에 산시 성의 량자허라는 마을로 하방(下放)해 토굴 생활을 했다. 365일 내내 쉬는 날 없이 중노동에 시달리며, 들끓는 이와 벼룩과 함께 시 주석이 7년 동안 머물렀던 이곳은 지금 유명한 관광지가 됐다. 불가에선 스님들이 정진 수행할 때 머무는 소박한 수행처를 토굴이라고 낮춰 부른다.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도 7·30 수원병 보궐선거 낙선 이후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의 백련사 근처 토굴에서 살고 있다. 토굴은 5평 남짓 허름한 토담집으로 화장실도 변변찮고 샤워시설도 없다. 정계를 은퇴한 후 토굴을 찾아간 그를 두고 정치 재기를 위해 와신상담(臥薪嘗膽)을 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강진은 새정치연합의 기반 지역인 호남에 속해 있다. 손 전 고문은 아침마다 백련사에서 다산초당까지 이어진 길을 산책한다. 다산 정약용이 걸었던 길이다.
▷새정치연합의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후보군에서 강진에 묻혀 사는 손 전 고문을 찾는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박영선 의원은 15일 손 전 고문을 찾아가 점심을 함께했다. 박지원 의원은 같은 날 손 전 고문을 만나러 갔지만 회동이 불발되자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한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지난달 초 예고 없이 강진을 찾았다가 만나지는 못하고 “왔다 갑니다”라는 메모를 남긴 채 돌아왔다.
▷손 전 고문이 새정치연합의 차기 지도부 선출에 관여할 생각이 전혀 없음은 확실한 것 같다. 그렇다고 그가 ‘큰 꿈’을 포기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그는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을 탈당해 토양이 다른 새정치연합에서 두 차례나 당 대표를 지냈지만 두 차례 대선후보 경선에서 텃세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그런 그가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정계 은퇴를 번복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손 전 고문은 은퇴 기자회견에서 “정치에서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 생각”이라고 했다. 새정치연합 사람들도 토굴에 사는 그를 가만 놔둘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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