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그제 자율형사립고 6곳을 지정 취소한 서울시교육청의 처분을 직권 취소했다. ‘자사고 지정 취소를 재검토하라’는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교육부는 시교육청의 자사고 재평가와 지정 취소에 대해 교육감의 재량권 일탈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는 자사고 지위를 회복했다. 그러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대법원에 무효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혀 자사고 논란은 법정 다툼으로 옮겨가게 됐다.
조 교육감이 법원으로 칼자루를 넘기면 대법 판결까지 소모적 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어제부터 21일까지 계속되는 자사고 원서 접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조 교육감이 원하는 것이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자사고 폐지라는 큰 입장은 갖고 있는데 폐지 권한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자사고가 ‘문제 있는 학교’라는 인상을 줌으로써 의도적으로 지원자들을 줄여 자사고를 고사(枯死)시키려는 의도인 것 같다. 지난달에는 자신의 블로그에 ‘왜 자사고 문제를 임기 초반에 다루어 그렇게 힘들게 힘을 빼지요?’라는 글에서 “5년 만에 한 번 돌아오는 자사고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임기 내 ‘자사고 죽이기’를 마쳐야 한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대표적 진보좌파 학자인 그가 서울 교육을 평등주의 좌파 교육이념의 실험장으로 삼은 데 대해 학교 학부모 학생들은 반발하고 있다. 어제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은 법적 요건에 맞춰 내년 7월 조 교육감의 주민 소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진보 교육감들의 대표 정책을 추진하느라 정작 교육 안전과 교육의 질, 저소득층 및 장애학생 지원 등은 나 몰라라 하는 교육감의 행태를 더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직선제 교육감의 이념 성향에 따라 4년마다 교육 행정이 오락가락한다면 국가 교육의 안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조직법에 따라 어제부터 사회부총리를 겸하게 된 황우여 교육부 장관 겸 부총리가 조정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황 부총리는 7월 내정됐을 때 “사회부총리의 역할은 교육을 뛰어넘어 사회 통합, 갈등 해소”라며 그런 분야는 정무 경험이 있는 자신이 활성화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조 교육감의 일방통행식 질주를 막는 것이야말로 사회부총리로서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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