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과의 회동’ 걷어차는 게 새정연의 소통 방식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1일 03시 00분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 지도부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회동 요청에 대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거부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김성수 대변인은 “지금은 국회에서 여야가 예산과 자원외교, 방산비리 등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 여부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시점”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새정연이 지난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장외투쟁을 벌이면서 대통령과의 회담을 요구하고, 올여름 세월호특별법 투쟁을 벌이면서 청와대 앞까지 몰려가 대통령 면담을 촉구할 때는 여야가 오순도순 사이가 좋았던가.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시도 때도 없이 대통령과 자주 만나면 대통령의 격도 떨어지고 야당 대표의 격도 떨어진다”는 말도 했다. 새정연은 한때 박 대통령이 야당과의 대화를 피한다며 ‘불통 대통령’이라고 몰아붙였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법안 처리를 위해 야당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거나 함께 슈퍼볼 경기를 관람했다고 해서 대통령과 야당 의원의 격이 떨어졌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새정연의 회동 거부로 박 대통령은 결국 여당 지도부와만 만나 한-호주 FTA 비준동의안 등과 예산안,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비롯해 시급한 법안들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새정연은 이에 대해서도 “입법부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고 권위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문 위원장은 “지금은 여야가 청와대로부터 교시를 받을 때가 아니다”고 했다. 그렇다면 세월호특별법을 놓고 여야 간 의견이 대립됐을 때 새정연이 박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한 것도 입법부에 대한 간섭을 요청하고, 대통령의 교시를 받으려 한 것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새정연 지도부는 박 대통령이 다자 외교의 성과를 제시하며 예산안과 법안 처리를 당부하는 자리에 들러리를 서게 될 것을 우려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예산안이든 공무원연금 개혁이든 야당이 정당하고 설득력 있는 대안을 마련했다면 오히려 대통령과의 회동을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고 절충점을 찾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누리과정 예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일방적 주장을 받아들이라고 대통령을 몰아붙일 때는 회동을 요구하고, 대통령이 정작 대화를 하자고 할 때는 뿌리치는 것이 수권(受權)을 하겠다는 제1 야당의 소통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대통령과 야당 간의 대화는 잦을수록 좋다. 그래야 설사 당장 합의를 도출하지는 못할지라도 이해의 폭을 넓히고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지 않겠는가.
#대통령#회동#새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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