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흰꼬리수리가 있던 곳에 대신 참수리가 앉았다.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그래도 어색해 보였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내 꺼인 듯 내 꺼 아닌’ 모습이랄까.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해경 인수인력 임용식 분위기가 그랬다.
흰꼬리수리는 해양경찰의 상징 마크다. 참수리는 경찰(육상경찰)의 상징이다. 이날 전국적으로 열린 임용식에서 해경 200명이 어깨에 참수리 마크를 새로 달았다. 어제까지 흰꼬리수리 마크가 붙어있던 곳이다. 임용식에서 자꾸 어깨를 쳐다보며 어색해하던 일부 경찰의 모습이 사진에 찍히기도 했다.
올해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구조 실패의 책임을 물으며 해체를 선언한 지 185일 만에 이날 해경 내 정보수사인력 200명이 경찰로 전입했다. 800명 남짓한 해경 정보수사인력의 4분의 1가량이다. 나머지 600명은 국민안전처 산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갔다. 경찰로 전입한 200명 중 대부분은 어촌지역 비리 수사 등 기존 업무와 비슷한 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소속은 해경이 아닌 육경의 각 지방경찰청 및 경찰서로 바뀌었다.
바다에서 육지로 건너온 흰꼬리수리들의 심경은 복잡하다.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은 것에 대한 허탈감에, 새로운 조직에 적응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겹쳤다. 이는 나이가 많을수록, 직위가 높을수록 크다. 실제로 전입을 희망하는 하위직은 2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간부급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인력 배치 등 물리적인 결합은 이뤄졌지만 과연 화학적으로도 잘 결합할지도 미지수다. 이번에 전입한 해경 인력은 기존 경찰(약 11만 명)에 비해 턱없이 적다. 자칫 조직 내에서 ‘왕따’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심지어 전입을 앞두고 해경 내부에서는 “서자(庶子) 신세를 면할 수 있겠냐”는 걱정스러운 의견이 많았다.
이런 불안과 우려를 해결할 의무는 결국 경찰에 있다. 해경 출신 인사들의 조직 안착 여부는 향후 경찰을 평가할 또 하나의 잣대가 될 것이다. 그나마 경찰이 이들의 조기 안착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지방경찰청마다 태스크포스(TF)가 꾸려져 이들의 적응을 도울 예정이다. 강신명 경찰청장도 “따뜻하게 맞아 주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하지만 말로 외치는 화합에는 한계가 있다. 2000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통합(KB국민은행),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통합(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봤듯이 화학적 결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들 통합 기관은 출신별로 나뉘어 사업마다 기 싸움을 벌였고 인사철만 되면 잡음이 불거졌다.
경찰이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당장 경찰은 연말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있다. 필요하면 능력을 갖춘 해경 출신 직원들도 함께 승진시켜야 한다. “평가의 기준이 다르다”는 이유로 미루면 오히려 조직 내 갈등이라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2, 3년이 지나서도 ‘한 지붕 두 가족’ 소리를 듣게 된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경찰이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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