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인터스텔라와 한국 엄마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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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터스텔라’의 기세가 무섭다. 개봉 20일 만인 25일 7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내일쯤 800만 명을 달성할 걸로 보인다. 이런 추세로 가면 13번째 ‘1000만 클럽’에 가입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에서의 흥행 소식에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과 남자 주연 매슈 매코너헤이가 유튜브로 한국 관객에게 인사를 해왔을 정도다. 앤 해서웨이는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169분짜리 이 대작 영화는 북미에선 흥행에 실패하고 비평가들로부터도 혹평을 받고 있다. 한국에선 아이맥스 상영관이 일찌감치 매진되고 인터넷에선 ‘예매티켓 재판매’(암표 행위)까지 돌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연예매체 왓컬처는 ‘인터스텔라가 놀런 감독 최악의 영화인 이유 10가지’라는 글에서 이상한 엔딩, 부족한 논리, 너무 긴 러닝타임, 지루한 촬영, 빈약한 캐릭터, 썰렁한 유머들, 관객을 향한 과잉 메시지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놀런 감독은 얼마 전 중국 상하이 기자회견에서 “한국 관객들은 과학적 소양이 높아 (내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지만 한국 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잘 봐줘서 고맙긴 해도 그보단 한국 특유의 교육열을 꼽는 게 타당해 보인다. 인터스텔라는 가족 관객의 지표라 할 수 있는 40대 이상 관객 선호도가 40%를 넘고, 실제로 자녀들 손잡고 온 엄마 아빠들이 넘쳐난다. “영화가 과학 이론을 정교하게 풀어냈다니 애들 교육용으로 좋을 것 같다”면서 아이가 우주에 관심을 갖거나 과학자로서의 꿈을 키우기를 바라는 것이다.

▷2007년 서울시립미술관의 ‘르네 마그리트전’은 마그리트 그림을 보며 창의적 발상법을 배울 수 있다는 입소문이 돌며 대박을 터뜨렸다. 영화 ‘명량’에는 이순신의 리더십과 역사공부를 시키려는 가족 관객이 몰렸다. 이번엔 과학이다. 영화 흥행과 함께 상대성이론, 웜홀, 사건의 지평선 등 물리학 관련 도서까지 잘 팔리고 있다. 흥행까지 좌우하는 한국 엄마들의 교육열에 할리우드도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인터스텔라#엄마#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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