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생들은 1년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놓친 게 몇 개 있지. 첫째는 무상급식, 같은 급식 먹는데 후배들은 공짜로 먹고 우리는 돈 내고 먹음. 둘째는 고등학교 의무교육. 우리 밑으로는 다 등록금 공짜ㅋㅋㅋ 제일 불쌍한 건 빠른 99년생들….”
@bjco****가 올린 트윗은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패러디되며 빠르게 퍼져나갔다. 무상 프레임이 상당히 폭넓게 확장돼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무상 논쟁’이 연일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한 달간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을 언급한 트위터-블로그 문서는 모두 10만4709건이 검색됐다. 정책 이슈로는 매우 강력한 여론을 형성했다고 볼 수 있는 수치다. 11월 2일까지 1000건 미만이던 무상급식 언급량은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예산 편성 중단’ 선언이 있던 3일에 3679건으로 치솟았다.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다 7일엔 1만1459건을 기록했고, 10일 1만1553건으로 정점에 올랐다.
무상 논쟁과 관련한 전체 연관어 1위는 ‘홍준표’다. 특정 논쟁과 관련해 인물이 연관어 1위에 오른 것도 드문 사례다. 홍 지사가 이 논쟁을 촉발했음을 알 수 있다. 2만4763건이 언급됐다. 2위는 2만4416건의 ‘예산’이, 3위는 2만589건의 ‘복지’가 차지해 예산과 복지의 상관성을 둘러싸고 팽팽한 여론이 형성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4위는 1만5060건의 ‘지원’이, 5위는 1만3951건의 ‘돈’이 차지해 결국 돈 문제로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이 파행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6위는 1만3094건의 ‘교육’이, 7위는 1만2082건의 ‘경남’이, 8위는 1만1827건의 ‘아이’가 차지했다. ‘아이’ 키워드를 언급한 문서들은 대체로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9위에는 1만1508건의 ‘밥’이, 10위에는 1만1118건의 ‘공약’이 올라 아이들 밥에 대한 공약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폭넓게 감지됐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인물 연관어를 보면 상위권에 지방정부의 수장이나 교육감들이 대거 올라 이번 무상 논쟁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대립 양상을 띠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앞서 언급했듯이 홍 지사가 압도적 1위를 기록한 가운데 2위는 9913건의 박근혜 대통령이 차지했다. 3위부터 8위까지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이명박 전 대통령,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이름을 올렸다. 한편 무상 논쟁을 통해 전국적 인물로 급부상한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가 9위에 올라 이변을 일으켰다. 오 군수는 업무추진비까지 줄여가며 무상급식을 고등학교까지 전면 확대한 것으로 화제가 됐다. 10위에는 연일 복지공약을 지키라는 강성 발언을 하고 있는 정동영 전 의원이 올랐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에 대한 찬반 여론도 뜨겁다. 긍부정 연관어를 살펴보면 일단 부정어 분포가 56.7%로 긍정어 분포 21.1%를 두 배 이상 앞지르고 있다. 무상복지에 비판적인 여론이 더 많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논쟁이 꽤 험악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긍부정 연관어 1위는 2451건의 ‘책임지다’가 올라 공약 이행에 대한 요구를 반영했고, 2위는 2017건의 ‘포퓰리즘’이 올라 무상 프레임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반영했다. 3위는 1500건의 ‘정치적’이, 4위는 1483건의 ‘갈등’이, 5위는 1184건의 ‘재정난’이 차지했다.
@balt**** 사용자는 “이건희 손자에게도 무상급식을 해야 되느냐고 묻는 사람들은 정작 이건희 씨에게도 지하철 무임승차권이 발급된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한다. 보편적 복지는 그런 것이다”라는 트윗으로 무상급식을 옹호했다. 한편 @becc**** 사용자는 “세상이 모두 공짜 타령이야. 참 나라가 이상한 나라가 되었어. 미꾸라지, 망둥이, 붕어, 개구리, 맹꽁이 모두 뛰어봐라. 웃기는 나라 이상한 나라, 무상급식, 무상보육 타령들이 원죄 같아. 주범은 19대 국회”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무상 논쟁은 증세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증세를 언급한 문서도 3만 건이 넘었다. 증세 논란에는 담뱃세, 법인세, 직접세, 간접세 같은 연관어가 오르고 있다. 서민증세, 부자감세 같은 키워드도 많이 눈에 띈다.
무상급식이라는 네이밍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무상이라는 단어가 나쁜 인상을 준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의무급식이라고 했고 조희연 교육감은 공공보육과 공공급식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국민들이 세금을 낸 것이고 그걸 급식과 보육으로 돌려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무상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는 “무상급식 지원 중단하면 가난한 애들 밥 굶긴다는 말은 좌파들의 허위선동”이라고 강력하게 맞섰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모든 공약을 다 지킬 수는 없을 것이다. 재원 확보와 복지 속도를 둘러싼 논쟁도 매우 필요한 일이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다만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 같은 아이들과 관련된 복지정책은 여야 대립을 넘어서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좀 더 차분하고 건설적인 방향에서 추진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아이들은 우리 모두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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