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으로 시작하는 글이 화제가 됐습니다. 일명 ‘혼자 밥 먹기 레벨’이라는 이름의 이 글은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기 어려운 정도를 1∼9단계로 나눠 소개한 것입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편의점에서 혼자 라면 먹기.’(레벨 1)
‘분식집이나 김밥집에서 혼자 먹기.’(레벨 3)
‘패스트푸드점에서 혼자 햄버거 먹기.’(레벨 4)
‘일식집에서 혼자 초밥 먹기.’(레벨 6)
‘패밀리레스토랑이나 고급 양식당에서 스파게티 혼자 먹기.’(레벨 7)
‘닭갈비나 고깃집에서 혼자 먹기.’(레벨 8)
난도 최상인 레벨 9는 ‘호프집이나 주점 등 술집에서 혼자 술 마시기’로 나타났습니다. 어울려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한국의 음주 문화를 감안할 때 혼자서 술집에 간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밥 문화는 많이 달라진 듯합니다. 레벨 4까지 해봤다는 누리꾼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6, 7단계까지 해봤다는 누리꾼들도 종종 있었습니다. 혼자 밥 먹는 것이 더는 낯설거나 부끄럽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혼자 밥 먹기 레벨 테스트 이후에는 ‘혼자 밥 먹기 편한 식당’에 대한 정보가 SNS에서 인기를 얻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칸막이 라면 집’부터 홍익대 인근의 ‘돈까스 밥집’ 등 주로 대학가나 고시촌을 중심으로 식당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혼자 밥 먹기 편한 식당 주변에 널빤지로 개인 공간을 구분해놓은 이른바 ‘칸막이 카페’도 생겨났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혼자 밥을 먹는 문화는 이미 해외에서는 흔한 ‘일상’으로 여겨집니다. 특히 일본은 ‘혼자 밥’ 혹은 ‘혼자 식당’의 성지(聖地)로 불립니다. 각종 덮밥을 파는 ‘마쓰야(松屋)’나 카레 전문점 ‘코코이치반야’ 같은 유명 식당은 물론이고 동네의 심야 식당에서는 혼자 앉아 밥그릇을 비우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동판매기로 티켓을 끊어 식사를 주문하는 방식이나 2∼4인석 대신 원형으로 나란히 앉게 한 좌석 배치 등은 ‘혼자 밥’ 문화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기지개를 펴는 중입니다. 1인 가구, 맞벌이 부부 등 가족의 단위가 점점 작아지고 있습니다. 밖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20∼40대 젊은층 중 상당수는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점에는 ‘혼자 밥 먹기 좋은 식당’을 알려주는 책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는 1인 가구를 위한 간편가정식 메뉴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두렵다” “창피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혼자 밥을 먹는 자신이 혹시 ‘왕따’처럼 보이지 않을지, 수군대는 귓속말의 주인공이 되지 않을지를 걱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최근 ‘뭉치자’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혼자 밥을 먹기 민망하다 느끼는 사람들이 점심 식사, 저녁 식사를 함께 해결하자며 ‘밥 친구’ 또는 ‘식사 메이트’를 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은 혼자 밥을 먹는 것이 더이상 ‘동정 받을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 상당히 부담이 되는 모양입니다. 어쩌면 이제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을 ‘열린 시선’으로 봐야 할 차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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