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은 흑백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은 땅바닥에 죽은 듯 드러누워 총기 살해 퍼포먼스를 펼치는가 하면, ‘손들었다, 쏘지 마(Hands up, Don't shoot)’라는 피켓과 함께 양손을 들어 올린 채 행진한다. 올해 8월 9일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백인 경관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흑인 마이클 브라운(18)의 죽음으로 불거진 시위다.
▷비무장 흑인을 향해 6발의 총탄을 쐈던 경관은 지난주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흑인 사회는 인종 차별과 불공정한 법 집행이라며 항의했고 퍼거슨 시에선 방화와 약탈 등 소요사태가 발생했다. 미 전역에서 동조 시위가 이어지면서 그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이 중 경찰관 몸에 부착하는 보디캠의 도입 확대를 지시한 것이 핵심이다. 보디캠은 옷이나 선글라스에 붙이는 소형 카메라로 대당 가격이 400∼600달러다.
▷오바마 대통령은 5만 대의 보디캠 구입을 포함해 경찰의 신뢰 회복과 개혁을 위해 2억6300만 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방정부들은 자체적으로 보디캠을 활용했다. 캘리포니아 주 리앨토에선 2012년 보디캠을 도입한 뒤 경찰에 대한 민원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활용 범위에 대한 논란도 있다. 가령 가정폭력의 현장에 출동한 경관이 피해자에게 촬영 승인을 받아야 하는지, 침실처럼 내밀한 공간을 촬영해도 되는 것인지, 영상파일은 얼마만큼 보관해야 할 것인지 같은 문제다. 사생활 보호와 공권력 남용 방지 사이에 영역 구분이 모호하다.
▷현대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영화 ‘트루먼 쇼’의 주인공과 비슷한 처지다. 자동차 블랙박스부터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까지, 지켜보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남의 나라 일이긴 해도 우리 역시 마음이 복잡해지는 이유다. 시민 안전을 위한 유용한 수단과 감시에 길들여진 일상,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양날의 검인 첨단기기가 가져올 득과 실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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