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성적이 어제 발표됐다. 시험을 치른 건 분명 수험생들이지만 고생한 사람들이 또 있다.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자녀가 공부 잘하는 3요소’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부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야말로 단언컨대, 잊어서는 안 된다.
‘바라지’는 옥바라지나 해산바라지처럼 음식이나 옷을 대어주는 일을 말한다. 그중에서도 남모르게 하는 게 뒷바라지다. 비슷한 말로는 뒤치다꺼리가 있다. 바라지가 내켜서 하는 것이라면, 치다꺼리는 싫은 내색이 약간 배어 있다.
뒤치다꺼리를 ‘뒤치닥거리’와 ‘뒷치닥거리’로 잘못 아는 이들도 있다. 잘못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치다꺼리가 거센소리인 ‘ㅊ’으로 시작하므로 그 앞에 사이시옷을 넣을 필요가 없다. 뒤치닥거리가 안 되는 이유는? ‘뒤치닥’이라는 명사가 없어 ‘뒤치닥+거리’의 구조가 될 수 없다. 한글맞춤법은 어원이 불분명하면 그 원형을 밝히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적고 있다. ‘뒤치다꺼리’를 표준어로 삼은 이유다.
예외 없는 원칙은 없다고 했던가. 이 원칙을 거스르는 표제어가 있다. ‘푸닥거리’다. 무당이 하는 굿의 하나로, 간단하게 음식을 차려 놓고 부정 따위를 푸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이 바른말이 되려면 ‘푸닥’이라는 명사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푸닥+거리’의 구조를 갖춘다. 헌데, 우리 사전 어디에도 명사 ‘푸닥’을 찾을 길이 없다. ‘새나 물고기가 날개와 꼬리를 힘차게 치는 소리’를 뜻하는 부사로 올라 있을 뿐이다. 그마저 북한어이다. 표제어 뒤치다꺼리의 예에 따르자면 ‘푸다꺼리’로 적어야 옳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사전들은 하나같이 푸닥거리를 표제어로 삼았다.
푸닥거리에 붙은 ‘거리’도 붙었다 떨어졌다 하며 언중을 헷갈리게 한다. ‘거리’는 어미 ‘-을’ 뒤에 쓰여 재료(일할 거리, 마실 거리)를 뜻하거나, 제시한 수가 처리할 만한 것(한 입 거리, 한 주먹 거리)을 가리킬 땐 의존명사로 띄어 쓴다. 단, 고민거리 걱정거리 이야깃거리처럼 하나의 단어로 굳어진 것은 붙여 쓴다. 2011년 8월 31일 먹을거리와 함께 복수표준어가 된 ‘먹거리’도 많은 사람이 사용해 굳어진 말로 본 것이다.
자녀 성적표를 들고 또다시 대입 전형 공부에 들어간 부모들의 뒷바라지가 눈물겹다. 오히려 수험생 자식들이 그동안 고생해온 부모 뒷바라지를 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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