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지도자라고 해서 여성적 리더십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 초대 총리를 지낸 골다 메이어는 페미니스트를 “브래지어나 불태우는 얼간이들”이라고 비판하고 아이를 갖는 것이야말로 여자가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가장 큰 성취라고 말했다. 총리를 세 번이나 지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초대 내각에 단 한 명의 여성 각료도 두지 않았고 보좌진은 전부 남자였다. 그의 한때 별명은 ‘보수당의 유일한 남자’였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부드러운 외모를 제외하고는 리더십에서 여성적 특징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원칙과 신뢰의 리더십은 정치인으로서의 큰 장점이지만 ‘불통 논란’을 안고 산다. 허튼소리를 하거나 대통령 의중과 다른 말을 하는 사람에겐 예외 없이 ‘레이저 눈빛’이 발사된다. 규제를 두고 ‘쳐부숴야 할 원수’이자 ‘암덩어리’이며 ‘단두대에 보내겠다’고 말할 때는 결기를 넘어서 섬뜩함이 느껴질 정도다.
▷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직원들에게 성적 모욕감을 주는 막말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면 장기를 팔아라”든가 “(술집)마담 하면 잘할 것 같다”는 말을 한 사람이 여성이라 더욱 놀랍다. 대체로 결과를 중시하는 권위주의적 리더십에 비해 관계와 소통을 중시하는 수평적 리더십을 여성 리더십이라고 한다. 삼성생명 임원을 지낸 박 대표에게 실적과 성과를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몸에 밴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박 대표는 2013년 2월 서울시향 대표가 된 후 서울시향의 방만한 경영과 직원들의 무사안일 풍토에 메스를 들이대고 개혁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거기까지는 좋았지만 구성원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한 것 같다. 정명훈 예술감독과도 상당한 갈등을 겪었다고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 예술감독이 직원들을 앞장세워 ‘박 대표 밀어내기’에 나서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개혁의 방향이 아무리 옳아도 지도자가 지도자다운 언행을 하지 않으면 개혁의 동력은 상실되고 만다. 하버드대 박사에 삼성 출신이라는 경력만으로 리더십이 보장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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