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성형 수술을 할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일본인과 중국인이 대폭 늘었다. 한국은 성형 기술도 좋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어서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손에 습진이 생겨 피부과에 갔을 때였다. 손을 진찰한 의사가 진료를 끝낸 뒤 내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 아닌가. “다른 신경 쓰이는 곳은 없나요? 모공이 많이 열려 있네요.” 그러더니 “레이저 치료를 받으면 좋아집니다”라고 진지한 얼굴로 권했다.
순간 ‘진짜 내 피부가 안 좋은가. 한번 받아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아프지 않은 치료란 말에 마음이 흔들렸지만 역시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생각해 보겠다며 집으로 돌아갔다.
이 이야기를 친구에게 전했더니 “피부과에 가면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드문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레이저 치료는 특별하거나 어려운 치료도 아니라면서 말이다. 성형까지는 아니어도 한국에서는 피부과에서 환자들에게 치료 말고도 피부 관리를 권한다는 것을 경험한 사례였다.
한국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피부 관리’ 간판이 미용과 관련됐다는 건 한국에 와서 한참 뒤에 알게 되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 1층에도 피부 관리숍이 있다. 아파트가 도심에 있어서 그런지 집에서 반경 500m 이내에 무려 10개 이상의 피부 관리숍이 있다. 지하철에 타서도 광고를 세어 보니 성형외과 의원 광고가 절반 이상이었다. 그만큼 찾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한국 여성들이 미용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확실히 얼굴이 예쁜 미인이란 건 ‘득’이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왠지 미인은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이 특히 그런 경향이 강한 것은 아닐까.
일본에서는 최근 ‘비마조(美魔女·미마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만 35세 이상이지만 실제 나이보다 젊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마법을 걸고 있는 것처럼 아름답다’란 뜻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4년 전 열렸던 ‘국민 비마조 콘테스트’에는 약 2500명의 여성이 참가했다. 입상자들은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잡지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정열적이고 자신을 가꾸는 데 부지런하다. 미용 관련 정보도 적극적으로 찾아 실행하는데, 남자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스스로를 위해 더 예뻐지려 한다고 말한다.
여자라면 누구나 젊고 아름다워 보이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목표만을 추구한다는 건, 왠지 가슴 아프다. 실제 나이보다 너무 젊어 보이는 사람을 만나면 어딘지 부자연스럽고 위화감마저 느껴진다.
한국에서는 슈퍼마켓을 가듯 성형외과에 가서 쌍꺼풀 수술이나 기미, 사마귀를 없애는 시술에 별 거부감이 없다.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하는 자녀가 성형수술을 받는 것도 부모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아름다움에 대해 관심이 높은 것은 그만큼 사회에 여유가 있다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 반대인 것 같다. 취업이나 앞으로의 인생에서 ‘예쁜 얼굴이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한숨이 나왔다. ‘얼굴이 전부는 아니야’라고 반발하고 싶지만 자녀의 장래를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30대 지인의 코 옆에 지름 1cm가량의 점이 있었다. 그녀는 몇 년간 고민 끝에 과감하게 점 빼는 시술을 받았는데 주위 대부분의 사람이 그녀가 점을 없앴다는 것을 잘 몰랐다고 한다. “비싼 돈을 들여 없앴는데 나만 신경썼나 보다”며 푸념하면서도 표정은 전보다 생기 넘치고 자신감에 부풀어 있었던 그녀 모습이 생각난다.
성형 수술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얼굴에 콤플렉스가 있거나 얼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수술을 받음으로써 자신감이 생긴다면, 성형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성형이 아니라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성형을 하고 싶어 하는지 그 배경을 생각해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미인은 사흘 만에 질린다’란 일본어 표현이 있다. 미인이 주는 매력에 금방 익숙해지니 ‘(얼굴이) 예쁘고 추함’에 구애받지는 말라는 뜻을 담고 있다. 물론 미인은 얻는 것이 많다. 그런데 그건 어떤 점에선 순간적인 순발력 같은 것 아닐까. 그 기준에 휘둘리지 않는 내면을 닦는 건 어떨까. 난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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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니시 히로미 씨는 한국에서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일본 주부다. 한국에서 산 지도 3년째에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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