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3일 난징대학살 추모식에서 “역사의 범죄를 부인하는 것은 범죄를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역사를 잊는 것은 배반”이라고 강조했다. 제국주의 시대 일본이 한국과 중국에서 저지른 반(反)인륜 범죄를 부인하고 왜곡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겨냥한 발언이다. 중국은 중일전쟁 당시 일본군에 학살된 30만 명(추정)의 중국인을 위로하는 추모식을 올해 처음 국가 행사로 치렀다.
난징대학살기념관에 전시된 일본군의 학살 사례는 77년 전 일이지만 지금도 인간의 야만성에 전율하게 한다. 일본군 장교는 먼저 100명의 목을 베는 사람이 승리하는 ‘목 베기 게임’까지 했다. 당시 일본 신문이 보도한 내용이다. 그런데도 NHK 경영위원인 작가 햐쿠타 나오키는 올해 2월 “난징대학살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햐쿠타는 일본 문화계의 대표적 우익 인사로 아베 총리와 친분이 깊다. 중국에는 수많은 난징대학살 피해자가 생존해 있고 유족들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일본에서도 13일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을 비난하는 행사가 열렸다. 역사학연구회를 비롯한 일본의 4대 역사 학술단체가 아베 총리의 위안부 왜곡을 지적하고 국내외에 진실을 알리기로 했다. 이들은 일본군이 위안부 강제 연행에 깊이 관여했고, 위안부는 성노예로서 극심한 고통을 겪은 게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베 정권이 “군이 직접 나서 위안부를 강제 연행한 증거는 없다”며 왜곡을 주도하자 역사학계의 집단 대응이 시작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전쟁 피해국의 국민감정을 배려하는 변화를 보여야 한다. 일본 교도통신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호주 브리즈번에서 아베 총리에게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면서 ‘역사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적극성을 발휘하라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자민당은 어제 실시된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아베 총리가 선거 결과를 자신의 주변국 외교와 역사관에 대한 일본 국민의 지지로 확대해석하면 한일, 중일관계는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향후 4년간 일본을 이끌 아베 총리가 과거 제국주의 일본의 잘못을 인정하는 자세를 보여야 경색된 주변국 관계가 풀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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