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행군, 강행군 시기에 나라의 산림 자원이 많이 줄어들었다.” 북한의 김정은이 평양의 중앙 양묘장을 시찰하고 황폐화된 산림 실태를 걱정했다고 북 매체가 지난달 보도했다. 아사자가 대거 속출했던 1990년대에 주민이 초근목피(草根木皮)를 하고, 다락밭을 만들고, 땔감을 마련하느라 북녘의 산림이 망가졌다. 최고 지도자가 “벌거벗은 산림을 그대로 두고 이제 더는 물러설 길이 없다”며 ‘산림복구 전투’를 지시한 것을 보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이 간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매년 평양시 크기(약 11만2000ha) 또는 국제규격 축구장 13만 개 면적의 산림이 북한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지난해 경고했다. 해마다 서울시 면적만큼 나무를 심어도 북한의 조림이 이루어지기까지 50년이 넘게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주민들이 굶주리는 판에 나무들이 멀쩡할 턱이 없다. 1970년대 산림녹화가 시작되기 전 남쪽에서 흔했던 벌거숭이 민둥산이 지금 북한의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작은 통일론’을 꺼냈다. 남북 산림 조성, 종자 교환 등 당장 실천 가능한 협력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3월 독일 드레스덴 구상에서도 농업생산 부진과 산림 황폐화로 고통받는 북한을 돕겠다며 경험이 많은 유럽 비정부기구(NGO)의 동참과 국제기구의 지원을 촉구했다. 북은 구상 자체를 흡수통일 의도라고 걷어찼지만 산림녹화 자체는 이념과 무관하다.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사 사옥 앞 대로변에는 ‘나무 한 그루, 푸른 한반도’라는 글귀가 적힌 나무 모양의 조형물이 있다. 북한 나무심기 운동을 펼치는 기후변화센터 등이 세운 것인데 일부 보수단체가 농성 천막을 고정하는 끈을 묶는 수단으로 쓰고 있다. 북의 헐벗은 산을 걱정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보수의 격(格)을 보여야 한다.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는 아니지만 광화문을 오가는 시민들이 이 조형물에도 한 번쯤 눈길을 줬으면 한다. 메마른 북의 산을 방치하는 것은 후대에 죄를 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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