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이른바 무상시리즈로 국론 분열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재정을 감안하지 않은 무차별 복지에 대해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정치권은 최근 12년 만에 처음으로 2015년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 처리함에 따라 사안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8일 ‘무상시리즈 논란과 예산안 법정시한 내 처리’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
―‘정윤회 문건’ 논란으로 정국이 시끄럽습니다. 한때 나라 안팎을 시끄럽게 했던 이슈를 살펴보면 불합리하고 비정상적인 것들이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제자리로 찾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예산안이 12년 만에 처음으로 법정기한 내에 처리된 것도 이에 해당될 것입니다. 청와대 문건 유출 논란에 묻혀서 크게 이슈화되진 않았지만 국민 실생활과의 관련성을 따져보면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못 다 푼 숙제인 무상복지 논란과 12년 만에 처음으로 기한을 지킨 예산안 통과를 어떤 시각으로 보셨습니까.
이진강 위원장=지면을 살펴보면 무상복지에 대해 동아일보가 많은 관심을 기울인 것 같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 때만 되면 무상복지를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언론들도 문제점에 대해 그 당시에만 ‘반짝 지적’에 그치는데 핵심 사항을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보도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고희경 위원=복지문제는 선거가 있는 시점에서는 평소에 논의되는 방향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예가 종종 있습니다. 무상복지라는 이슈는 긴 안목으로 보아야 할 이슈이기 때문에, 몇 년 전 이 문제로 서울시 주민투표가 실시됐을 때 심도 있게 논의가 이루어졌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김성태 위원=무상급식, 무상보육을 키워드로 지난 1년간 동아일보를 검색해보니 무상급식만 143건으로 평균 2, 3일에 한 건꼴로 기사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큰 맥락을 짚어내기보다는 정파성으로 비치는 주장을 반영한 제목도 있었습니다. 언론의 역할 중 하나가 복잡한 논쟁적 이슈를 처음부터 끝까지 잘 파헤쳐서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 위원장=무상복지 문제를 체계적으로, 지속적으로 다뤄서 국민과 정치권에 잘못된 점을 알려줘야 하는데 이 부분이 미흡한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아쉬운 점을 다섯 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첫째는 무상복지에 들어가는 재원의 문제이고 둘째는 무상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법의 개정 및 제정이 필요한 데 따른 국회 입법과 예산 심의 절차 내용입니다. 세 번째는 무상복지의 실상을 국민들에게 알려 계층 간의 양보와 타협을 얻어내는 노력을 꼽을 수 있고, 네 번째는 국민의 자활 의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서적인 부분, 마지막으로는 무상복지를 표 얻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정치권을 향한 강한 경고 등을 다뤄야 할 것으로 봅니다.
박원재 스탠더드에디터=동아일보는 일관되게 무상복지가 좋은 점도 있지만 한계점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보도자세를 취했습니다. 대가 없는 복지는 없고, 말 그대로의 무상복지는 지속가능하기가 어렵다는 것, 국가 재정에 미치는 부담 등 여러 측면에서 부작용을 지적해 왔습니다.
이형삼 스탠더드에디터=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여야 간 복지 공약 경쟁이 치열했지만 이후 광범위한 여론 청취와 전문성 있는 분석으로 합의점을 도출하는 노력들은 미흡했습니다. 표를 얻기 위해 급조한 복지공약이 검증을 거치지 않고 정책화하는 바람에 혼란이 빚어졌습니다. 내년 예산안의 경우에도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내는 의원들의 전문적 역량이 모자랐고 심사기간도 너무 짧았습니다. 이미 예산안이 처리된 상황이라 ‘세입’에 대한 언론의 검증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앞으로 혈세 낭비의 현장, 즉 ‘세출’ 부문을 날카롭게 감시하기 위한 노력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김사중 스탠더드에디터=무상복지 문제는 누리꾼들 역시 여야 대립만큼 갈라진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산 확보 없는 복지는 있을 수 없다’는 명제엔 대부분 공감하지만 그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 차가 있습니다.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증세에 부정적 여론이 많고, 기업 법인세를 올리는 것이나 예산을 어디에 먼저 배분할 것인가를 놓고서도 대립이 있습니다. 어쨌든 최고의 복지를 누린다는 북유럽 국가와는 국민들의 담세율에서 크게 차이가 나는 만큼, 그런 수준의 복지를 바라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은 중론인 것 같습니다.
이 위원장=이번 예산이 기한 내 처리되면서 정치권에서는 스스로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난 변칙 예산, 꼼수 예산에 대해서도 짚어봐야 합니다.
고 위원=이제부터 언론은 승인된 예산이 과연 제대로 쓰일 건지에 대해 추적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민은 무상이라 하면 개인적 차원에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 아이의 몇 만 원 급식비는 피부에 확 와 닿겠지만, 아이들 보육에 국가예산이 연간 수십조 원이 들어간다는 내용은 개인에게는 잘 와 닿지 않는 얘깁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산 사용에 대한 언론의 추적이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김 위원=예산이 기한 내 통과된 것 자체는 좋은 소식이지만 실제 그 안을 들여다보면 진행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예산을 집행한다면 국민이 궁금해하는 점에 대해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보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상이라는 용어가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의아합니다만, 뜬구름 잡는 식의 얘기가 아니라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에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 위원장=동아일보는 정확한 예산 집행에 대해 기획을 해서라도 독자들에게 조목조목 따져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편법 예산과 꼼수 예산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팩트를 찾아내서 바로잡아야 합니다. 또 국민은 무상이라는 개념을 머릿속에서 지워야 합니다. 내가 부담하지 않는 부분을 다른 쪽에서 도와주는 게 복지라고 인식하면서 계층 간에 갈등이 생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 스탠더드에디터=무상복지에 따른 증세 감세 논란이 이어지고, 정치 집단에 따라 이에 대한 접근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정치적 이념적으로 이슈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아일보는 이 문제를 다룰 때, 예민한 부분이지만, 무상복지 등으로 예산이 특정 부분에 쏠리면서 복지 사각지대가 생기는 부작용, 그런 현장을 챙기면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무상이라는 용어가 계속 나오다 보면 ‘복지는 공짜다’라는 오해가 생길 수 있는데 그것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개개인들에게는 본인이 혜택 받는 것과 국가 예산 부담은 전혀 다른 문제로 받아들여지기 쉽습니다. 복지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넓혀가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위원장=언론도 복지문제를 다루기가 조심스러울 겁니다. 잘못 다루면 경제적 약자는 물론이고 그 반대편에서도 난리가 날 겁니다. 균형을 잘 잡아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다뤄야 하는데 이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하는 거죠.
―현재는 복지가 확대되어야 하는 시점인가요. 아니면 현 단계에서 짧은 기간 유예가 필요한 시점인가요. 선거 때마다 공약이 점점 확대되는 느낌입니다.
이 위원장=경제 상황이 얼마만큼 호전되는지에 달린 것 같습니다. 복지정책에도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외부적인 재원 마련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내재적 한계입니다. 혜택을 받고자 하는 국민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김 위원=많은 사람에게 똑같이 나누어 주는 식은 복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의 사회 안정을 위한 장치라고 보면 손해를 보는 사람도 있는 법입니다. 마련된 재원 아래서 필요한 사람에게 가는 것이 복지의 본래 의미로 봅니다.
고 위원=다행인 것은 국민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변화를 언론에서 많이 노출시키면 한 차원 높은 복지를 논의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거죠.
이 위원장=올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논의할 가치가 있는 좋은 주제였습니다. 신년에도 복지문제가 국민에게 좋은 방향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잘 다뤄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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