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압승했지만 의석 늘린 건 개헌에 신중한 연립상대 공명당
아베 노선 지지 인사들 줄낙마… 극우정당인 차세대당도 궤멸
살아나던 경제는 고비 직면
아베,무리하게 개헌추진하거나 亞외교서 풍파 일으킬 여유없어
14일 실시된 일본 총선거는 일본의 우경화에 제동을 걸었다. 내가 이렇게 쓰면 많은 사람이 놀랄지도 모르겠다. 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해 3분의 2 의석을 확보한 만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정권 기반이 굳어진 게 아닌가. 총리가 노린 대로 됐으며 그는 헌법 개정 의욕도 보이고 있다. 중국과 한국에 대한 강경 자세에 자신감을 갖고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다시 할지도 모른다…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베 정권이 기반을 굳힌 것은 틀림없지만 총리는 오히려 오른쪽을 향해 돌진하기 어렵게 됐다. 그 근거를 들기에 앞서 2년 전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자.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씨 덕분에 내가 상당히 온화하게 보였네요.” 2012년 12월 총선 때 당수 토론을 마친 자민당 총재 아베 신조 씨가 이렇게 말하며 웃었던 것을 기억한다. 도쿄 도 지사를 그만둔 이시하라 씨는 오사카 시장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씨와 손잡고 ‘유신회’ 대표로 총선에 임하고 있었다. 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격렬하게 중국을 비판하고 헌법 개정에 대한 열망을 밝힌 이시하라 씨. 유신회는 하시모토 인기가 상승효과를 내면서 54석을 얻어 갑자기 제3당으로 올라섰다.
그로부터 2년 후. 이달 14일 총선에서 이시하라 씨는 낙선해 정계를 은퇴했다. 이미 하시모토 씨와 결별해 극우 정당이라 할 수 있는 ‘차세대당’을 결성했던 그는 82세의 고령이기도 해 이번에는 일부러 도쿄 비례구 명부의 최하위로 입후보했다. 그래서 낙선은 예정된 것이었지만 그의 이름도 위력을 발휘하지 못해 차세대당은 비례구에서 당선자를 한 명도 못 냈다. 그뿐만 아니라 이 당은 19석에서 2석으로 급감해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도쿄 소선거구에 출마한 신인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 씨도 참패했다. 7년 전 과거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미화하는 논문을 작성해 자위대 항공막료장(한국의 공군참모총장)에서 해임된 인물이다. 그 후에도 우익적인 언론 활동을 전개했고 올해는 도쿄 도 지사 선거에 출마해 화제가 됐지만 이시하라 씨의 강력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바람을 일으키지 못했다.
또 한 명, 차세대당에는 핵무장론과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극단적인 언동으로 오랜 기간 이시하라 씨와 손잡아 온 니시무라 신고(西村眞悟)라는 의원이 오사카에 있었다. 지난해에는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품위 없는 발언으로 빈축을 샀지만 그도 이번 선거에서 사라졌다. 위안부 문제라고 하면 국회에서 ‘고노 관방장관 담화’를 계속 비판했던 이 당의 야마다 히로시(山田宏) 씨도 현역 의원으로 도쿄에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야당이면서 강렬한 개헌론과 독자적인 역사 인식을 주장하는 그들의 존재가 아베 총리로서는 고마웠을 것임에 틀림없다. 자신이 말할 수 없는 강렬한 주장을 계속하면서 우경화의 선두를 달려줬기 때문이다. 그런 존재가 거의 사라졌다.
그런데 그들을 대신해 9석에서 21석으로 크게 약진한 것은 아베 노선에 대한 비판 표를 모은 공산당이다. 그들은 오키나와 현에서도 의석을 얻었는데 이를 포함해 오키나와 현에서는 자민당이 4개 선거구 모두에서 패했다. 미군기지 이전 문제가 걸린 특수 상황이긴 하지만 직전의 현 지사 선거 결과도 포함해 기지 이전이 또 정체될 것임에 틀림없다. 미국과 약속한 오키나와 기지 이전이 늦어져 부담이 늘어난다면 야스쿠니 참배를 반복해 미국을 다시 화나게 하는 것은 점점 곤란해질 것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당수인 가이에다 반리(海江田萬里) 씨가 낙선했지만 의석은 조금 만회했고 새해에는 새 대표를 뽑아 다시 출발한다. 조금은 활력이 생기지 않을까. 이시하라 씨와 헤어지고 재출발한 ‘유신당’도 아베 비판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여당이 압승했다고 하지만 의석을 늘린 것은 연립 상대인 공명당이었다. 그들은 헌법 9조 개정에 신중한 데다 총리의 역사 인식과 야스쿠니 참배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에 대한 자각은 강해질 것이다.
선거에서 아베노믹스가 신임을 얻었다고 아베 총리는 가슴을 펴고 있다. 하지만 그 성패를 가르는 것은 선거가 아니라 경제의 향방이다. 일본 경제는 지금부터가 고비로, 까딱 잘못하면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무리하게 개헌을 추진하거나 아시아 외교에서 필요 이상으로 풍파를 일으킬 여유는 없다.
이상이 필자의 견해다. 전후 70년, 한일 국교 5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해인 내년에 한국도 필요 없이 아베 경계론을 강화해 찬바람이 불게 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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