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조만간 새 제품을 훔쳐갈 남자가 생길지도 몰라.”(내가 그 남자가 될 수 있다는 간단한 암시)
이 대화의 사례는 한 연애교본에 나온 것입니다. 이 ‘기술’을 만든 사람은 방송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자타(?) 공인 연애전문가 A 씨입니다. 이 대화를 포함해 ‘모태쏠로(모쏠)’들의 마음을 겨냥한 픽업 아티스트들의 교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마치 수능 강사처럼 ‘이대로만 따라하면’ 여자친구를 얻을 수 있다는 말로.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글을 접하는 솔로들의 마음은 뒤숭숭합니다. 어떤 솔로들은 동성 친구들끼리 모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고층 레지던스에서 파티를 즐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모태쏠로는 방에 틀어박혀 게임을 하거나 동병상련의 친구와 소주잔을 기울입니다.
기자는 이 대화를 SNS에 연결된 남녀 지인 50인에게 보여주며 의견을 물었습니다. 남성들은 “도저히 저 말은 못하겠다. 내가 이래서 여자친구가 없군” “같은 남자라도 민망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여성들은 “쇠고랑 안 차면 다행이다” “듣기만 해도 소름 돋는다”는 악평을 쏟아냈습니다. “――;” “…” 등 기호로 자신의 감정을 대신 표현했습니다.
픽업 아티스트는 여성을 유혹(pick up)해 하룻밤 상대로 만드는 기술을 알려주는 사람입니다. 모태쏠로들의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하며 숫기 없는 남자들에겐 여성에게 말 거는 법을 알려주고, 소개팅 이후 자연스럽게 두 번째 만남을 신청하는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합니다. 일부 유명한 픽업 아티스트는 ‘연애 코치’라는 명함을 가지고 방송에 나옵니다.
이들은 △클럽에서 △소개팅에서 △길거리에서 여자를 유혹하는 각종 스킬을 전합니다. 처음 본 여자에게 다가가는 법이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유머를 소개하는 경우도 있지만 범법과 합법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드는 것들이 ‘기술’로 전수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성은 칭찬에 약하다는 점을 들어 “너 볼링 좋아하니? 가슴에 볼링공 두 개 넣고 다니는 줄 알았어” 같은 농담을 하거나 여성이 불쾌해하지 않을 것 같은 ‘스킨십’ 공략 신체 부위 등을 소개합니다. 온라인에 돌아다니는 여성 대부분은 이런 교본을 보면서 경악합니다. 여자에 대한 이해가 없이 남성의 관점에서 여성을 ‘사냥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찾아 ‘연애 컨설팅’을 받으려는 남성이 적지 않습니다. 한 픽업 아티스트 강사의 블로그에 강의 문의 글을 올린 남성은 “2주간 교육받으면 가격은 얼마이고, 성공률은 어느 정도 될까요? 28세인데 아직까지 여자친구를 사귀지 못한 모쏠입니다”라며 진지한 글을 남기기도 합니다. 이 픽업 아티스트의 강의료는 최대 100만 원대를 넘기기도 합니다.
남녀간의 사랑에 관해 ‘썸’이라는 타이틀로 온라인 칼럼을 게재하며, 얼마 전 ‘연애전과’라는 책을 출간해 SNS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 김정훈 씨는 “헌터가 되려는 남자는 절대 연애에 성공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좋은 말로 포장해도 그들이 원하는 것은 사냥이지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들 강좌의 목표는 지속적 연애가 아니라 한순간의 육체적 쾌락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김 작가는 “헌터가 되려 하지 말고, 헌팅의 대상이 되려고 노력하는 게 빠르다”고 말합니다. 여자를 사냥의 목표물로 정해 ‘유혹하고 말겠다’고 결심하는 게 아니라 이성으로 하여금 ‘유혹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자신의 말하는 태도, 걷는 태도, 일하는 태도 등을 꾸준히 개발하라는 이야기입니다.
기자는 김 작가에게 “그럼 어떤 스타일이 매력 있는가. 연애를 못해 연말에 옆구리 시린 솔로들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김 작가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집착하지 않는 남자. 사냥하듯 여성에게 다가가는 남자가 아니라 여유롭게 이성과 사귈 때를 기다릴 줄 아는 남자가 돼야 연애도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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